문득 그때가 기억난다. 대학생 시절이었다.오랜만에 듣는 친척의 비보였다.또 그렇게 한 사람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인간의 생이란 이토록 무상하다. 대단한 것처럼, 엄청난 일들이 일어날 것처럼 비장하게 등장하지만, 떠나갈 때는 이토록 허무하기 그지없다. 한편으로는 편안하고 안락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끝없는 고통의 연속인, 이 연극의 끝을 볼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사람이 죽는다는 건, 슬픈 일이다. 아니, 슬픈 일이어야만 할 것 같다. 이 세상의 중력은 그렇게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장례식장에서는 마음이 무거워야만 하며,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하고, 미소를 짓더라도 씁쓸하게 웃어야 할 것만 같다.그런데 이상한 감정이 느껴진다. 한 사람의 생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는..
후회는 항상 뒤늦게 찾아온다.가끔은 정말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너무나도 사소하고 단순한 일인데도, 왜 그 순간에 그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밀려온다. 어쩌면 한순간의 부주의, 혹은 순간적인 감정의 요동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실수는 대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남기곤 한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과 판단이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타이밍은, 늘 잔인할 정도로 늦다. 일이 이미 벌어진 뒤,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멍청한 짓이었다는 걸 자각한다. 하지만 후회하는 그 순간에도, 시간는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저 앞으로만 흐를 뿐이다. 시간은 단 한 번도 우리를 기다려준 적이 없다. 후회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많은 사람들은 후회를 그..
우리가 사는 삶의 대부분은 반복되는 일상들로 채워져 있다.적어도 타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일상은 그러하다.카메라로 하루를 촬영해 본다면, 놀랄 만큼 많은 장면이 어제와 비슷할 것이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루틴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비슷한 일과 시간을 보낸다. 개개인이 어떤 시기를 보내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그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각각의 삶이라는 서사를 툭 떼어놓고 본다면, 그 한 편의 영화는 대부분 비슷한 씬으로 전개된다.엄청나게 새롭고, 다채롭고, 특별한 일들은 정말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일 뿐이다. 물론, 살다 보면 큰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는 시기들도 있다. 직장을 구하거나 창업을 하고, 이사를 가고, 새로운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만을 안다." 그는 무지(無知)의 지(知)에 대해 아는 자가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였다. 이전에는 전혀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그간 무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온 듯하다. 그보다 더 나아가, 스스로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항상 무언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더 안다는 것이 내심 자랑스러웠다. 비열하고 처절한, 안쓰럽기까지 한 모종의 우월감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더 많은 앎을 통해 개인적인 삶이 풍요로워진 면도 분명 있겠지만,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기임을 느낀다. 그간 지혜가 아닌 지식만을 탐욕스럽게 곳간에 쌓아두고 있었다. 경험을 통해, 연구를 통해, 분석을 통해, 명상을 통해, 독서를..
분노한 지점이 바로 나의 수준이고,반박한 지점에 나의 결핍이 있다 사람을 너무 깊이 꿰뚫어 보면,사랑하기가 어려워진다. 사람들은 논리로 설득되기보다, 상처로 반응한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건, 때때로 모든 사람에게 미움받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결국 삶은 해답이 아닌 해석의 연속이다. 말은 진실을 왜곡하지만,침묵은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자기 확신은 오만함이 남긴 가장 교묘한 흔적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은,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됐는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된다.
스스로가 이방인이 된 것 같은 순간들살다 보면 우리는 한 번씩 그런 느낌을 받는 순간들이 있다. "정말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나만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가?" 이렇듯, 우리는 삶에서 종종 '이방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세상이 기대하는 모습대로 스스로가 반응하지 못할 때, 스스로의 감정이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메말라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 삶이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사회라고 부르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것들이 무의미하고 우습게만 느껴질 때가 그렇다. 가끔은 이렇게, 삶의 대부분의 것들이 부조리하다고 느껴진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직면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정신없이 걷다가 잠시 멈춰 선다.그간 쌓아왔던 것들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훑어본다.여러 가지 모양의 발자국들이 보인다.길고 긴 여정을 함께했던찢기고, 구멍 나고, 닳고 닳아버린,해진 신발의 흔적들이 보인다. 무엇을 위해 그리 정신없이 살아왔던가.꽉 막힌 듯 보이는 철저한 규율과 규칙들은,그간 누굴 위한 것이었던가.그것은 어떤 결핍으로부터의 발버둥이었던가. 이 두꺼운 가면을 벗어던진 채로,얼굴에 느껴지는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을온전히 맞아본 적은 언제였던가.그간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인가.무엇이 그리 두려웠던가.가끔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언제부터 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아이들을 보면,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한다노인들을 보면, 그저 이 세상에 존재한다.짐승들을 보면, 그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