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이도한

온전히 나를 위한 선물을 주는 것 그간 신경 못썼던 나 자신과 깊은 대화를 하는 것 생각의 전환점을 만드는 것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비생산적인 사색을 누린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다른 차원이 열린다. 다른 우주가 눈앞에 펼쳐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옆을 스쳐 지나가도, 그들은 그저 떠다니는 구름일 뿐 좋은 책 몇 권과 함께 떠나는 여행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시간 그간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 그 어떤 대화보다 솔직한 대화의 시간 항상 옆에 있기에 당연하게 느껴졌던, 가슴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무의식과 함께 서로 온몸으로, 그리고 온전히 느끼는 대화 나와 함께 삶과 죽음을 같이 할 그대와의 대화 눈맞춤과 입맞춤 외부의 시선에서 완벽히 벗어난, 온전한 나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

항상 들떠 있었다.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간 많은 바람들이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질주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엔 끝이 있고, 시작이 있는 법. 긴 문장의 마침표를 찍고, 다음 행으로 넘어가야 하는 법. 그렇기에 지나간 인연을 아쉬워 할 필요도, 이미 떠난 시간을 그리워 할 필요도 없는 법

사람과 사람이 맺는 인연은, 확률로 설명되지 않는다. 확률론에 입각해 인연을 만드려고 경우의 수를 늘려도, 그 시도들은 결과론적으로 어떠한 변화도 줄 수 없다. 그 과정중엔 그렇게 보이는 순간이 있을지 몰라도. 사람 간 인연이라는 것, 만남이라는 것 그것은 숭고한 것이다. 한낱 인간의 힘으로 결코 조작하거나 왜곡할 수 없는, 그러한 자연의 섭리이다.

나는 무엇 때문에 괴로운 것인가. 우리는 무엇 때문에 괴로울까? 살다보면 가끔씩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슬픔에 사무쳐 울고 싶어 막상 눈물은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가슴에 작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몸 속에서 무언가 새어나가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것은 공허함인가? 혹은 외로움인가? 그저 스스로 만들어낸 환영일 뿐인가 세상의 모든 것에 무감각해질 때가 있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아도, 녹색으로 덮인 나무와 숲을 바라보아도, 채워지지 않을 때가 있다. 무기력과 무력감. 그대들의 해답은 무엇인가. 침대 위에서 무력감을 온전히 느끼는가 이불을 덮고 우울감을 온전히 느끼는가 혹은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가 집 밖으로 나가, 세상과 가까워지려 하는가 좋은 음악을 듣는가 좋..

머릿속의 먹구름은 언제나 내가 약해진 틈을 타고 들어온다. 부정적인 생각은 그 틈 사이로 의식할 새도 없이 스며들어, 내 삶을 야금야금 좀먹으려 한다. 그것이 스며드려 하는 그 순간을 예민하게 느끼는 연습을 해야한다. 항상 내 영혼에, 내 몸에, 내 느낌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많은 경우 우리는, 가장 가까운 우리 자신에게 너무나도 무관심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강아지를 바라보듯, 우리 안에 있는 그 무언가를 관심깊게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잠이 들 때면 괜스레 하루가 아쉽다. 하루가 다 지나고서야 아쉽다. 모종의 죄책감인가? 꽉 채우지 못하고 잠에 든다는. 잠이 들 때서야, 못다한 말들이 생각난다. 왜 아까는 생각나지 않았는지. 떠나보내고 나서야 후회하는 연인들처럼, 다 지나고 나서야 하루가 아쉽다. 보내기 아쉬워 붙잡고있는 밤 내일은 다르겠지. 오늘보다 조금 더 충만한 하루를 보내겠지.

누구나 지나간 길에는 흔적을 남긴다. 잊혀지는 게 두려워서 일까. 손때 묻은 일기장 속 그대가 그려놓은 낙서도, 빛바랜 사진 속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미소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차가운 말투와 목소리도, 흔적을 남긴다. 자국을 남긴다. 자국이 점점 희미해질 때 쯤 점점 멀어진다. 그렇게 잊혀진 것들. 이젠 새로운 흔적을 받아들일 때, 희미해진 흔적들은 저 달처럼 산 속으로 고개를 숨기고, 새로운 흔적들은 아침 해처럼 고개를 내밀겠지.

글이라는 것은 말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고,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 설명되는 것이다. 이쪽에서 볼 때와 저 쪽에서 볼때 냄새가 달라지는 것이고,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단순하디 단순한 단어로도 복잡한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며, 머릿속에 정신없이 움직이는 생각들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생각을 나만의 액자에 담는 것이고, 목소리 없이도 입김이 느껴지는 그 무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