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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괴짜', '천재' 등으로 불리는 화재의 인물인'일론 머스크'의 자서전을 읽고 큰 영감을 받았고, 그가 걸어온 삶의 발자국들을 보면서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에 대해 깊이 알진 못해도, 자기만의 가치관과 철학이 확고하고 그것의 결과가 어찌되든 의도는 투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평소에도 그를 좋아했고, 가끔 그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기도 했었다.

영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좌)와 일론 머스크(우)

 

 

사실, 한국에서는특히  비트코인과 관련한 논란을 많이 만들어서 '화성 갈끄니까'와 같은 밈으로 희화화되고,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그의 업적과 믿지 못할 행보들이 많이 가려진 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일론머스크 도지코인 짤1

 

일론모스크 도지코인 짤2 (출처 : 나몰라패밀리 핫쇼 유튜브)

 



실제로 미국의 기업들이나 과학 분야에 크게 관심이 없는 지인들에게 머스크에 대해 물어보면, "돈 엄청 많은 관종 아니야?"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꽤 많아서 마음 한 켠으로 씁쓸함을 느꼈던 적이 종종 있었다.

 

중국의 테슬라 공장에서 카메라 앞에서 막춤추는 일론 머스크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라는 위치에 비해 무대에서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신나게 춤을 추는 등 대중들에게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이고, 실제로 관종끼가 있는 탓에 그의 엄청난 업적과 행보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과소평가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러한 면들을 배제하고 그가 걸어온 길과 이룬 것들을 놓고 본다면, 결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와 같은 거물들에게 가려질 만한 인물이 아니다. 실제로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테슬람 교도냐고? 유감이지만, 사실 그것도 맞다..ㅋ..

왼쪽부터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 빌 게이츠, 애플 CEO 스티브 잡스(출처 : lkjrny.tistory.com)



종교를 떠나서, 실제로 잡스와 게이츠 밑에서 일했던 천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선임 소프트웨어 설계사로 근무했던 에드워드 정은 “일론은 잡스처럼 소비자 감성을 지녔고, 빌 게이츠처럼 자기 전문 영역 밖에서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는 능력을 지녔어요. 사람들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가 유전자공학을 이용해서 사생아라도 만들어내기를 바랍니다. 정말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론의 유전자형을 조사해보아야 할 겁니다.” 라고 말했다.

나는 유명인들의 자서전을 특히 좋아한다. 우리와는 종족 자체가 다른, 전혀 범접할 수 없는 '절대적인 누군가' 로 인식되던 사람조차, 그의 유년 시절과 그간 걸어온 행보들, 그리고 그 와중에 일어났던 사소하고 인간적인 에피소드들을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이었고, 수많은 단점들도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여 그 위치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낱낱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같은 사람을 볼 때면, 나는 가장 먼저 '도대체 저 사람은 어떤 유년기를 보냈고, 부모에게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가장 먼저 생기는데, 보통 제대로된 자서전은 주인공의 부모, 형제와 절친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쓰여지기 때문에 그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자서전을 읽어보았지만, 누군가의 자서전을 읽고 이렇게까지 큰 영감을 받은 적이 없었고, 한 사람에 대해 깊은 팬심이 이 정도로 생긴 적은 없었다. 일론 머스크는 병적 수준의 관종이기도 하지만, 그는 사실 과학자이자 철학자이며, 몽상가이자 현실주의자이다. 그는 돈을 버는 방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지만 결코 돈을 좇은 적이 없었고, 어린 시절부터 가슴 속에 품어왔던 꿈을 위해 번 돈을 모조리 투자하여 결국 꿈을 실현한 사람이고, 여전히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1.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유년기 : 일론의 출생과 10대


# 일론의 가족관계


머스크는 1971년 생으로, 한국 나이로 54세이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흔히 말하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기계 엔지니어이자 부동산 개발업자였고, 그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는 국제적인 슈퍼 모델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3남매 중 장남으로, 남동생인 킴벌 머스크는 머스크와 함께 Zip2를 창업했으며, 현재 테슬라와 스페이스X 이사회 구성원이다. 머스크와 달리 잘생기고 사교적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한편 여동생인 토스카 머스크는 미국에서 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머스크가 10살이 되기 전 머스크의 부모는 이혼을 했고, 머스크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심한 정서적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괴팍해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닙니다 (중략) 어린 시절이 원만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한 마디로 비참했어요. 아버지는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죠".

 

일론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할 때,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그 이유가 어린 나이에 비해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다. "아버지가 슬프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세 아이가 있지만 아버지 곁에는 아무도 없었거든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머스크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나서 친할머니와 시간을 자주 보냈다. 아버지에게는 책과 돈이 있었으므로 일론은 독서에 심취할 수 있었고 컴퓨터를 포함해 자신이 원했던 물건을 살 수 있었다. 또한, 그의 할아버지는 여행을 매우 좋아했고, 일론과 그의 남동생 킴벌은 할아버지를 따라 헬기를 타고 오지로 여행을 자주 다녔다. 할아버지는 도전적이고 남성적인 사람이었고, 현재의 일론의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이러한 유년시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일론 머스크의 아버지 '에롤 머스크'

 

일론 머스크(좌)와 일론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우)
왼쪽부터 여동생 토스카 머스크, 일론 머스크, 어머니 메이 머스크, 남동생 킴벌 머스크

 


# 일론 머스크의 학창시절


머스크는 어린 시절 성이 특이하다는 이유와 내성적인 성격, 그리고 아는 체 하는 성격 탓에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고 괴롭힘을 당했다. 남아공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9학년 때에는 또래 친구들이 계단에 앉아있던 머스크를 굴러 떨어뜨리고 폭행까지 당했었고, 이때문에 코 성형 수술을 받기까지 했다. 

 

출처 : 웹툰 '운수 좋은 짤'


학창시절 머스크의 낙은 공상과학 소설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었다. 학교에서 프로그래밍 관련 대회도 나갔으며, 초등학교 시절에는 동네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모조리 읽어버려서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 백과사전을 읽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렇게 회상했다 "책을 더 주문해달라고 사서에게 열심히 졸랐습니다. 그때부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기 시작했어요. 정말 유익했죠.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잖아요? 하지만 백과사전에는 자신이 모르는 것이 낱낱이 실려있습니다." 진짜 너드의 표본 그 자체이다.

그의 어머니인 메이 머스크는 일론이 매우 영리하며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린 시절 일론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가끔은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했다. 옆에서 뭐라고 하든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이 하는 생각에 집중했다. 처음에 그의 어머니는 청각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검사를 해보았지만 문제가 없었다. 머스크의 엄청난 집중력은 어린 시절부터 그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그의 사교성에 대해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는 것이 너무 많아 친구들의 단점을 지적함으로써 관심을 끌었고, 친구가 별로 없었다. 가끔씩 일론이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오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한국이었으면 심각한 학폭에 시달렸을 것 같다. 머스크가 남아공 출신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출처 : 팝뉴스 제공

 


# 떡잎부터 달랐던 머스크의 어린 시절 : 남아공에서 캐나다로


일론의 유년시절을 보면 특이한 에피소드들이 정말 많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난 사람이다' 싶은 구석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한 가지 일화로는, 일론은 어린 시절 어둠을 굉장히 무서워 했는데, 물리학 책에서 가시광선에 대해 공부한 뒤부터는 어둠은 그저 400nm~700nm 파장의 빛(가시광선의 파장 범위)이 없는 상태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 더이상 어둠이 무섭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어느 날 일론이 남매와 사촌들과 함께 집 밖에서 놀다가 한 아이가 어두워지면 무섭다고 찡찡거리자 일론은 "어둠은 단지 가시광선이 없는 상태일 뿐이야"라고 가르쳤지만 무서움을 타는 아이를 안심시키지 못한 적이 있다고 그의 어머니 메이 머스크는 말했다. 참 어릴 때부터 특이한 사람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 나이에 어둠을 빛의 파장 스펙트럼에서 가시광선이 없는 상태일 뿐이라 생각하다니..;; 너무 남달라서 친구가 없을만도 했다.

빛의 파장 스펙트럼


고등학교 시절의 후반부를 보낸 남아공 프리토리아 남자 고등학교에서는 일론도 몸이 부쩍 성장하고(현재 그의 키는 187cm에 85kg로, 거의 미식축구 선수의 피지컬이다. 아래 짤을 보면 몸이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프레임과 체구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태도도 양호해서 학교생활이 좀 더 견딜만 했다. 그의 고등학교 동창들은 일론은 학교에서 그렇게 총명하다는 평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리더의 역할을 맡은 적도 한 번도 없었기에, 나중에 사회에서 그의 활약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한 트위터 유저가 올린 머스크를 조롱하는 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X, 솔라시티의 설립자로 현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과거에는 Zip2라는 최초의 인터넷 지도(?) 사업과 지금은 페이팔로 합병된 엑스닷컴을 설립했었다. 사실, 이러한 일론의 행보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일론과 그의 남동생 킴벌은 쉬는 시간에 교실 밖에서 금융 업계에 지점 은행 제도가 필요한지, 서류 없는 은행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실제로 성인이 된 일론이 세운 엑스닷컴은 이러한 금융의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일론이 세웠다가 페이팔에 합병되었다). 그리고 한 번은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집에서 스스로 만든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리기도 했다(그의 우주, 로켓에 대한 열망이 고등학교 시절에서 현재의 스페이스X로 이어진다는 일관성을 너무 잘 보여준다).

너무 매력적이지 않은가? 학창 시절에 다른 학생들은 그저 좋은 대학에 입학하려고 입시 공부를 할 때부터 이미 일론은 그러한 교육 제도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이 공상과학 소설 등을 읽으며 꿈꿔왔던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게 하기 위해 이러한 괴짜같은 짓들을 했던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 은따를 시키고 비웃더라도 그에게는 그러한 가벼운 비난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의 단단한 가치가 내면에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클리셰가 되버린 '찐따의 역습' 그 자체이고, 스토리는 어떤 영화나 만화보다도 극적이다.

머스크는 열 일곱 살때 남아공의 프리토리아 대학을 다니다가 남아공을 떠나 캐나다로 갔다. 머스크는 일찍이 컴퓨터와 기술에 관심이 있어 실리콘밸리에 강하게 끌렸고, 해외여행을 하면서 미국이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굳혔다. 역시 머스크에게도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던 것이다. 그의 남동생 킴벌은 이렇게 말했다. "남아공은 일론 같은 사람에게는 교도소와 같았습니다." 프리토리아 대학을 다니던 중 마침내 어머니가 캐나다 시민권을 자녀에게 줄 수 있도록 법이 바뀌면서 남아공을 벗어날 기회가 생겼다. 머스크는 비행기 표를 구하자 마자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10대 후반의 나이에 영원히 집을 떠나 캐나다로 갔다.

 


 

 

2. 다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 일론 머스크의 대학시절과 20대


# 떡잎부터 달랐던 머스크의 어린 시절 : 남아공에서 캐나다로


그 후 머스크는 캐나다 전역을 돌며 돈을 모으느라 별의 별 일을 하면서 1년을 보냈다. 사촌의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곡식을 부삽으로 옮겼고, 밴쿠버에 가서 동려 사슬톱으로 통나무를 잘랐다. 인력시장에서 구한 일은 여태껏 그가 해본 일중 가장 힘들엇다. 그는 가장 높은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부탁하고 시급 18달러 짜리 제재소의 보일러 청소 일을 맡았다. 머스크가 말했다. “위험 물질을 차단하는 옷을 입고 몸이 겨우 들어갈 만큼 비좁은 터널을 가까스로 지나가야 했어요. 그러고 나서 여전히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모래와 찐득한 덩어리, 기타 잔여물이 있는 통로를 지나면서 삽으로 떠내야 했죠. 비상구도 없었습니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다시 삽으로 떠서 외바퀴 손수레에 담았어요. 그곳은 너무 뜨거워서 30분 이상 있으면 목숨이 위험했습니다” 주초에 서른 명이 일하기 시작했는데 사흘 째 되는 날 다섯 명이 떠났다. 주말에는 머스크를 포함해 세 명만 남았다. 머스크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온실속의 화초에서 자랐을 것 같지만, 온갖 잡일을 하며 험한 밑바닥까지 경험해보고 잠깐이지만 그걸 버틴 사람이었던 것이다.

보일러 청소 작업 사진(출처 : 거산엔지니어링)

 

그렇게 머스크가 캐나다를 돌며 일하는 동안 그의 남동생인 킴벌도 캐나다로 왔고, 형제는 즉시 의기투합했다. 일론은 캐나다 명문대인 퀸스 대학교에 등록했는데, 그 이유도 일론스럽다. 그는 워털루 대학교보다 예쁜 여학생이 퀸스 대학에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퀸스 대학을 선택했다. 첫 전공은 경영학이었다. 그는 대학 공부 말고도 킴벌과 함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들은 신문을 읽으며 자신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골랐고, 생전 보지도 못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고 요청했다. 그 중 한명은 은행 고위 임원인 피터 니콜슨이 있었고, 그는 머스크 형제의 자신감과 카리스마, 그리고 일론의 괴짜같은 모습에 반했고, 일론에게 여름 인턴 자리를 제의하기도 했다. 그 어린 나이에 이런 후진없는 모습은 정말 멋있다. 가뜩이나 사회성도 그리 좋지 않은 성격인데도.. 

한편 일론은 캐나다 퀸스 대학에 다니던 시절, 현재는 전 아내가 된 퀸스 대학교 동문 '저스틴 윌슨'과 사귀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귀엽기도 하다. 일론은 저스틴에게 다가갈 계획을 세우고 그녀가 지내는 기숙사 밖에서 우연히 마주친 척 하면서 예전에 파티에서 본 적이 있다고 거짓말로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일론을 피해다녔다. 나중에 그는 저스틴의 베프를 찾아가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종류를 알아내고는, 저스틴이 일론을 피해 공부하고 있는 학생회관으로 들어가 다 녹아내리고 있는 초콜릿 칩 아이스크림을 내밀었다고 한다. 한편 일론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친구들의 컴퓨터를 고쳐주며 돈을 벌었고, 룸메이트와 함께 주말에는 기숙사에서 파티를 열고 입장료를 받아서 사회인들의 평균 연봉 이상을 벌었다. 참 '난 놈'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

일론 머스크와 저스틴 윌슨

 


# 머스크의 첫 진로고민 : 결국, 창업을 선택하다


머스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비디오게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어떨지 잠깐 고민했다. 어릴 때부터 줄곧 비디오게임에 빠져 살았고 해당 분야에서 인턴 경험도 쌓았기 때문이다(일론은 대학시절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게임 회사에서 인턴을 했었고, 실제로 그는 특히 그 유명한 '문명'이라는 게임의 덕후이다). 하지만 자신의 야심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원대한 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컴퓨터 게임을 정말 좋아하지만 설사 컴퓨터 게임 사업으로 성공한다 하더라도 세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겠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겁니다. 원래 비디오게임을 속속들이 좋아하지만, 경력으로 삼을 수는 없었어요.”

사실 이미 그는 퀸스 대학교와 펜실베니아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꿈을 꾸었고 대개는 같은 결론을 내려서, 미래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자신이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는 인터넷/재생에너지/우주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 분야의 계획을 모두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머스크가 말했다. “나는 이 아이이어를 전 여자친구들과 전 아내에게도 말했어요. 아마도 정말 미친 소리로 들렸을 겁니다.” 그때뿐만 아니라 머스크는 지금도 미쳤다는 소리와 비웃는 소리를 항상 듣고 산다.

일론이 지금 벌이고 있는 사업의 초석이 된 흔적들도 그의 퀸스 대학 시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태양열 발전과 에너지를 동력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데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1994년 12월 수업에서 사업 계획을 짜오라는 과제를 받은 그는 ‘태양열 발전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썼는데, 실제로 일론은 '솔라시티'라는 태양광 회사의 대주주이며, 테슬라에서 해당 회사를 인수하여 열심히 경영하고 있다. 머스크가 테슬라 CEO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대학시절. 꽤 훈남이다.


그렇게 일론은 퀸스대학을 3년 간 다니다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 편입하여 와튼스쿨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공부하였으며, 25살 무렵에는 스탠퍼드 대학 박사 과정을 등록했다가, 인터넷의 잠재성을 깨달은 후 스탠퍼드 대학을 자퇴하고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이때만 해도 닷컴버블이 터지기 전,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이 이제 조금씩 아는 사람들에게만 각광받기 시작한 시기였다). 누구는 못가서 안달인 스탠퍼드 대학을 큰 망설임도 없이 자퇴하는 것을 보면, 그릇 자체가 대학 교육이라는 제도권 안에 담을 수도 없고, 담으면 안되는 사람이 확실하다. 그렇게 시작된 일론의 첫 모험의 결과물이 바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페이팔'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Zip2'라는 회사였다.

 

 


 

3. 졸업 후 20대 머스크의 첫 모험 : 'Zip2'의 창업


# Zip2 창업을 결심한 계기, "답답해서 내가 차릴란다"


머스크가 인터넷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인턴 시절이었다. 옐로 페이지 소속의 한 세일즈맨이 머스크가 일하는 신생 기업을 찾아와 커다랗고 두꺼운 옐로 페이지의 업종별 상호 목록을 보완하는 용도로 온라인 목록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팔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주장을 펼치지도 못하고 실제로 인터넷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사업성을 끌어낼 수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의 설득력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생각에 잠긴 머스크는 남동생 킴벌에게 가서 사업체가 처음으로 온라인에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시작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일론은 킴벌에게 다가가 "이 사람들은 대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 그러니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이때가 1995년이었다. 일론 형제는 나중에 Zip2라고 회사 이름을 바꿀 '글로벌 링크 인포메이션 네트워크'를 세우려던 참이었다. Zip2의 설립 정신은 순박했다. 1995년 당시 작은 기업들은 인터넷의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인터넷에 진입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웹사이트를 만들면 자신들이 벌이는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몰랐다. Zip2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구글맵'이나 '네이버지도'같은, 지도에 다양한 정보들을 표시하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생각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Zip2 시절, 일론도 머머리의 저주는 피해갈 수 없었다


머스크 형제는 16평 크기의 작은 사무실을 빌리고 필요한 가구 몇 점을 들였고, 사무실 건물은 거지같았다. 변기는 매번 막히고, 승강기가 없는 3층짜리 건물이었다.머스크 형제는 그 건물에서 웹을 서핑하는 대중에게 사업체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시대가 왓다는 사실을 음식점, 옷가게, 미용실 주인들에게 납득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Zip2는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는 사업체의 목록을 만들고 여기에 지도를 결합할 계획을 세웠다. 머스크는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피자를 자주 예로 들면서, 가장 가까운 피자 가게가 어디에 있고 또 그곳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당시에는 그러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 실제로 당장 우리에게 스마트폰이 없다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리 동네의 피잣집이 어디인지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녀야 할 것이며, 예전에 공중전화 박스에 있던 두꺼운 전화번호부 목록을 뒤져가며 거기가 어디에 있는 피잣집이냐고 물어봐야 할 것이다. 나같은 길치는 피자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다.

일론의 아버지는 두 형제가 창업 초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2만 8000달러를 지원했지만, 창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어필하여 고난 끝에 투자를 유치했다. 그들은 Zip2의 설립자이고 일론은 CEO였지만, 쩐주는 따로 있기 때문에 회사의 큰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제약을 받기도 했다. 일론은 초기에 서비스 공급을 위한 모든 코딩 작업을 혼자 담당했고, 형보다 붙임성이 있는 동생 킴벌은 방문 영업을 뛰었다. 이런 형제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럽기도 하다.

 


# 일론 머스크의 깨달음 : 천재는 일반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론의 능력은 뛰어났다. 머리는 비상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대회를 나갔고, 대학 시절엔 기숙사 친구들의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돈을 받고 고쳐주었다. 일론의 천재성은 엄청난 효율을 냈지만, 그는 사람을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몇몇 프로그래밍 엔지니어를 고용했지만, 그들은 일론의 역량을 따라올 수 없었고, 일론은 답답해했다. 그래서 기성용이 말했던 것처럼, 직접 뛰었다.

기성용의 명언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짤


실제로 아침에 출근한 ZIP2 직원들은 머스크가 어떤 언질도 주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밤새 바꾸어놓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화가 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게다가 머스크의 공격적인 태도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머스크가 말했다. “맞습니다. ZIP2에는 매우 유능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내 코딩 실력이 그들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나는 그저 뛰어들어 그들이 작성해놓은 망할 놈의 코드를 고쳐놓았을 뿐이에요. 나는 엔지니어들이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데 진저리가 나서 직접 코드를 수정했어요. 그랬더니 성능이 다섯 배나 빨라졌죠. 하루는 엔지니어 하나가 칠판에 양자역학 방정식을 잘못 써놓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저런 식으로 쓸 수 있느냐?’라고 묻고는 고쳐주었어요. 그때 이후로 그 엔지니어는 나를 끔찍이 싫어했습니다. 그래서 깨달았죠. '내가 잘못을 바로잡았을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을 비생산적으로 만들고 말았구나' 라고 말입니다. 상황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시간이 지나 Zip2의 투자자들과 이사회는 일론의 CEO로서의 역량을 의심하였고, 결국 그들은 일론을 CEO 자리에서 내리고 소킨이라는 사람을 CEO로 앉혔고, 일론은 이사회의장 자리마저 잃었다. 그러다가 Zip2는 '시티서치'라는 Zip2와 성격이 비슷한 인터넷 회사와 합병될 뻔 했지만(실제로 당시 두 회사가 합병한다는 언론 기사까지 나왔다), 협상이 불발되고 승승장구하던 Zip2는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가 컴팩 컴퓨터라는 컴퓨터 기업에서 Zip2를 인수하였고, 머스크와 킴벌은 각각 2,200만 달러와 1,500만 달러를 벌고 떠났다. 흔히 말하는 '스타트업 엑시트'에 대성공하여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일론은 이때 번 돈으로 전 세계에 62대밖에 없는 맥라렌을 구입하고 인도받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었다(물론 번 돈의 대부분을 스페이스 엑스에 재투자했다).

 

맥라렌을 사고 언론에 흥분을 드러내는 일론 머스크(출처 : 스토리 그라운드 영어 유튜브)


일론은 컴팩 컴퓨터 근처에 머무를 생각이 전혀 없었고, Zip2가 매각되리라는 사실이 분명해지기 무섭게 일론은 다음 프로젝트에 매달렸다. 그때부터 일론은 죽 자신이 세운 회사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CEO로 남아 있기 위해 투쟁했다. 그의 동생 킴벌이 말했다. “우리는 회사를 경영하기가 벅찼고 그 사람들은 경영에 대해 틀림없이 제대로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아요. 일단 자리를 차지하고 나면 비전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투자자니까 우리는 그들과 사이좋게 지냈지만 그 순간부터 비전은 사라지고 말더군요.”

몇 년이 지나 ZIP2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상황을 되짚어본 머스크는 자신이 직원들과 힘을 모아 일부 상황에 좀 더 잘 대처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머스크가 말했다.

 

 

나는 과거에 한 번도 팀을 이끌어본 적이 없습니다. 운동에서 주장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구 하나 거느려본 경험이 없었어요. 그래서 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가장 먼저 분명하게 더오르는 가정은 다른 사람이 나처럼 행동하리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그 가정은 옳지 않아요. 다른 사람이 나처럼 행동하고 싶다 하더라도 내 마음 속에 있는 정보나 가정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특정 정보를 습득하고 내 복제 인간에게 그 정보의 반만 알려준다면 복제 인간이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리리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는 정보가 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라고 자문해야 합니다.

 


다음편(2편) 링크 : https://idohan.tistory.com/108

 

일론 머스크의 삶(2) : 엑스닷컴, 스페이스 엑스 그리고 테슬라

화제의 인물, 일론 머스크의 삶 두 번째 이야기이다. 일론은 'Zip2'라는 웹 지도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난 뒤에도 더 큰 도전을 이어나갔다. 그의 목적은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론의 첫 창업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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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편(3편) 링크 : https://idohan.tistory.com/109

 

일론 머스크의 삶(3) : 그의 성격과 사생활

https://idohan.tistory.com/106 일론 머스크의 삶(1) : 유년기부터 'Zip2' 첫 창업까지 최근,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괴짜', '천재' 등으로 불리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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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애슐리 반스, "일론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안기순 번역, 김영사,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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