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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일론 머스크의 삶 두 번째 이야기이다.

일론은 'Zip2'라는 웹 지도 사업으로 큰 돈을 벌고난 뒤에도 더 큰 도전을 이어나갔다.

그의 목적은 돈이 아니었던 것이다.

 

일론의 첫 창업인 'Zip2'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인 엑스닷컴, 그리고 그의 분신이자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페이스 엑스, 마지막으로 이제는 일론 머스크를 대표하는 고유명사격이 되버린 테슬라의 창업까지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앞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의 글을 먼저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이전 편(1편) 링크 : https://idohan.tistory.com/106

 

일론 머스크의 삶(1) : 유년기부터 'Zip2' 첫 창업까지

최근,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괴짜', '천재' 등으로 불리는 화재의 인물인'일론 머스크'의 자서전을 읽고 큰 영감을 받았고, 그가 걸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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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3편)[마지막 편] 링크 : https://idohan.tistory.com/109

 

일론 머스크의 삶(3) : 그의 성격과 사생활

https://idohan.tistory.com/106 일론 머스크의 삶(1) : 유년기부터 'Zip2' 첫 창업까지 최근,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 '괴짜', '천재' 등으로 불리는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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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론의 두번째 모험, '엑스닷컴'


# 일론의 관종기질과 똘끼



Zip2 매각 후 억만장자가 된 머스크는 그때부터 성공한 사업가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는 그 유명세를 즐겼다. 그때부터 그의 '관종'기질이 도드라졌다. 그는 전 세계에 62대 뿐인 맥라렌을 뽑고, 최고급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 시절 그의 행동들을 보면,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디카프리오를 보는 것만 같다. 한 일화로, 그 시절 그는 투자가를 만나기 위해 샌드 힐 로드로 차를 몰고 가다가 조수석에 앉아 있는 친구에게 “잘 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액셀을 힘껏 밟으며 차선을 바꾸어 자동차를 힘차게 회전시켰다가 둑에 갖다 박았다. 자동차는 마치 원반처럼 공중에서 빙그르 돌기 시작했고, 창문과 바퀴는 산산조각 나서 흩어지고 차체는 찌그러졌다. 머스크는 친구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자동차 보험도 들지 않았더니 더 짜릿한걸!”이라고 말했다. 이내 두 사람은 자동차를 얻어 타고 벤처 투자가의 사무실로 향했다. 진짜 똘끼와 광기가 넘치는 사람이다.
 

영화 울프오브 월스트리트의 광기 넘치는 주인공


일론은 ZIP2로 번 돈의 대부분을 엑스닷컴에 투자했다. 과거 ZIP2의 중역이었다가 엑스닷컴을 공동으로 설립한 에드 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것이 일론과 일반 중생이 다른 점입니다. 일론은 개인적으로 거의 미친 정도의 위험을 흔쾌히 무릅쓰거든요. 그렇게 사업하면 제대로 결실을 맺든지 쪽박을 차겠죠.” 일론은 후진없는 남자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상남자들도 경악을 할 정도로 리스크를 지는 노빠꾸 상남자 그 자체이다..
 


# 금융혁신을 꿈꾸다 : '토스' 앱 아이디어의 원조는 '엑스닷컴'?


 

토스의 아이디어는 사실 일론이 이미 10년도 전에 생각해낸 것이었다


일론은 은행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 대형 은행의 업무 프로세스가 정말 거지같고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쓸데없는 절차들과 비효율적이고 소비자들에게 한없이 불편한 방식뿐인 은행 업무 프로세스를 머스크는 바꾸고 싶었다. Zip2가 깔끔하고 유용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운영되었다면, 엑스닷컴은 중대한 혁신을 일으킬 조짐을 보였다.
 
엑스닷컴의 공동 설립자들은 은행 산업이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했고, 인터넷이 이미 상륙한 마당에 지점을 직접 찾아가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은 상당히 구식으로 보였다. 머스크는 중개 서비스와 보험을 물론, 저축예금고 당좌예금 등의 모든 은행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포괄적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금융 기업을 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마치 지금의 토스의 행보가 겹쳐 보이는 아이디어다. 일론은 시대를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닐까.
 
서비스를 가동한 지 2달만에 가입자가 20만 명이 넘어서면서 승승장구하던 엑스닷컴에게 곧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똑똑한 두 젊은이가 신생 기업 콘피니티를 창업하고,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었고, 엑스닷컴과 콘피니티는 처음에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다가, 같은 시장을 노리는 두 기업은 결국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빠른 쪽이 승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호관계는 금방 막을 내렸다. 콘피니티 설립자들은 근처에 다른 사무실을 얻고, 그 유명한 '페이팔'이라는 이름의 웹과 이메일 기반 결제 서비스를 만드는 작업에 열중했고, 엑스닷컴의 목표도 이와 비슷했다.

 


# 합병으로 페이팔의 최대주주 → CEO 자리 박탈 → 성공적인  매각


엑스닷컴과 페이팔의 합병

 

그렇게 두 회사(엑스닷컴과 콘피니티)는 치열한 경쟁을 하다가, 더 이상 소모적인 경쟁을 하느라 돈을 낭비하지 말고 협력해서 시장을 장악하기로 합의했다. 콘피니티는 '페이팔'이라는 인기가 아주 좋은 상품을 갖고 있었지만 상금 형태로 새 고객에게 하루 10만 달러를 지출하면서 현금이 바닥났지만, 엑스닷컴은 여전히 많은 현금과 정교한 은행 상품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엑스닷컴이 합병에 주도적 역할을 맡으면서 머스크는 합병 기업인 엑스닷컴의 최대 주주가 되었고, 엑스닷컴이 합병하자 골드만 삭스 등 재정 후원자들은 1억 달러를 투자했고 그들의 고객 수는 100만 명이 넘었다(이 합병과 관련해 일론 머스크가 진정한 의미의 페이팔 공동 '설립자'인가에 대한 많은 갑론을박이 있지만, 너무 길어서 생략하겠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결국 실리콘밸리의 길고도 유명한 쿠데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사건을 맞이한다. 일론이 결혼한 저스틴과 미루고 미루던 신혼여행을 갔을 때 엑스닷컴의 이사회에서 CEO 자리를 일론에서 피터 티엘에게 몰래 넘겨버렸다. 이 또한 Zip2때와 마찬가지로 일론의 CEO로서의 자질을 의심한 사람들이 많았던 탓이다. 일론은 엄청나게 분노했고, 이와 관련된 일화들만 정리해도 포스팅이 3개 이상은 나올 정도로 길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생략하겠다.
 
일론이 합병된 엑스닷컴의 CEO 자리를 박탈당한 다음 몇 달은 그의 미래에 중요한 시기였다. 닷컴 열풍이 신속히 막을 내리고 있었고, 투자가들은 어떻게든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어했다. 그렇기에 이베이의 중역들이 페이팔 인수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시라도 빨리 넘기고 싶어했지만, 머스크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돈을 더 요구하라고 이사회에 촉구했다(일론은 페이팔의 가치를 더욱 높게 보았기에, 자신있게 협상의 한 수를 던진 것이다). 머스크의 전략은 성공적이었고, 2002년 7월 이베이가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 거래로 머스크는 약 2억 5000만 달러를 손에 넣었다. Zip2 매각 때 벌었던 돈의 10배가 넘는 돈으로, 머스크는 이제 몇 천억대 부자가 되었다.
 


5. 세번째 모험이자, 머스크의 분신 : 스페이스 엑스 (30대) : 머스크 그 자체


# 30살이 된 일론 머스크, 우주에 다시 눈을 뜨다


2001년 6월 30살이 된 일론은 아내에게 "이제 나는 더 이상 천재 소년이 아니군"이라고 말했다. 젊고 혈기왕성하기만 했던 일론도 나이가 들었고, 조금 더 성숙해졌다. 일론 뿐만 아니라 실리콘밸리와 그 안의 신생 기업들도 그랬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과 기업가은 이제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하지만 일론은 조금 다른 이유에서 실리콘밸리를 떠났다. 일론은 더 큰 무대를 쫓고 싶었고, 그의 아내 저스틴과 함께 LA로 이사해 삶의 다음 장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일론이 LA에 끌린건 현란하고 웅장한 분위기만이 아니라, 그것은 우주의 부름이기도 했다. 페이팔에서 쫓겨난 머스크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로켓과 우주여행으로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인터넷 서비스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원대한 소망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친구들은 그 시기에 일론이 이베이에서 산 것 처럼 보이는 곰팡이 냄새가 나보이는 러시아어로 된 로켓 매뉴얼을 항상 들고다녔다고 했고(당시 소비에트였던 러시아는 로켓과 우주산업의 선진국이었다), 항상 우주여행과 세상을 바꾸는 일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머스크가 LA를 거주지로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 살면 우주에 접근하거나, 최소한 우주산업에 접근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최고의 우주 및 국방 기업인 록히드 마틴과 미공군, NASA, 보잉과 같은 기업들이 LA와 근처 지역에서 제품을 만들고 첨단 기술을 실험했고, 현재 LA는 여전히 항공 관련 산업과 군사 임무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당시 머스크는 우주탐사와 관련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LA에 있기만 해도 세계적인 항공 전문가들과 접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시경제학에서 말하는 도시의 효용 중 인적 풀(pool)이라는 요소가 일론에게는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이다.
 

화성의 사진


머스크가 가장 먼저 접촉한 항공 관련 집단은 '마스 소사이어티(Mars society)'라는 비영리 단체로, 그곳은 우주광 괴짜들이 모인 곳이었고, 그들의 목표는 화성에 가는 것이었다. 미국에는 참 다양한 종류의 온갖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다. 일론은 그곳에 5,000달러를 기부했고, 그들이 곧 우주선 캡슐에 생쥐를 실어서 지구궤도를 돌게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화성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그들은 우주선 캡슐 안의 중력을 지구의 1/3로 유지하고, 그곳에서 생쥐를 번식시킬 계획이었다. 일론보다 먼저 화성 진출을 꿈꾸고 계획하고 있던 집단이 이미 있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그렇게 머스크는 마스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고 이사회에도 합류했고, 사막에 연구기지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금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뛰게하는 곳에 그렇게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재력과 결단력이 너무 부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그 시기 우주와 로켓에 대해 아주 잘 알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우주를 향한 열망이 뛰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당시 일론이 친구들에게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고싶다는 계획을 말하면 미친 생각이라며 진지하게 듣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베이에서 크게 재산을 일군 제프 스콜은 쥐를 꼬드겨서 번식시키려면 치즈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놀리면서 크고 동그란 치즈를 일론에게 선물하기도 했다(ㅋㅋㅋㅋ).

 


# 머스크의 진지한 고민, '왜 아무도 우주 여행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가'


하지만 머스크는 진지했다. 그는 NASA 웹사이트에 들어가보고나서 인류의 발자국을 더 널리 퍼뜨리고 확장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상당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크게 걱정했다. 화성 탐사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 있으리라고 기대했지만, NASA 홈페이지에서 그런 내용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론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는 내가 홈페이지를 잘못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재서 탐사 계획도, 일정도 없을까?" 일론은 NASA처럼 우주에서 대담한 계획을 추진하고 탐험하는 거대한 사명을 가진 기관이 화성 탐사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했다고 한다.
 
그렇게 머스크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 분야의 거장들을 찾아다녔고, 우주 전문가들은 우주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기꺼이 자금을 대줄 부자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일론은 화성이 우리와 관련없는 멀리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어서, 로켓에 식물을 실어서 화성에서 키우는 '마크 오아시스'라는 계획에 동참했다. 머스크는 는 미국 전 지역 학생들에게 온실 재료를 나누어주어 식물을 키우게 하고, 화성의 식물이 같은 기간동안 지구의 식물보다 키가 얼마나 더 자랄 수 있는지(화성은 지구의 중력의 1/3이다) 실험하는 아이디어도 논의했다.
 
일론은 그렇게 우주 탐사에 관한 꿈을 함께 실현할 전문가와 엔지니어들을 모았다. 어느 날은 로켓을 사려고 러시아에 방문했다가 비웃음과 굴욕을 당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 앉았을 때, 머스크 일행은 엄청나게 좌절했다. 몇 주 동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거래 미팅을 잡았지만, 거래는 커녕 무시와 모욕만 당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때 머스크는 일행 앞줄에 앉아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었다. 일행들은 ‘저 괴짜는 이 상황에서 일이 손에 잡히나?' 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머스크가 등을 돌리면서 여태껏 작성한 도표를 내보이며 말했다. “친구들! 우리가 로켓을 직접 만들 수 있겠어요!”
 

엄지척을 날리며 웃는 일론 머스크


처음엔 다들 회의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곧 머스크 노트북을 보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문서에는 로켓을 만들고 조립하고 발사하는 데 필요한 재료와 비용이 상세하게 적혀있었고, 머스크 계산에 따르면 소형 위성과 연구 탑재말문 전문적으로 우주에 운반하는 시장을 겨냥해 아담한 크기의 로켓을 만들면 기존 로켓 발사기업보다 싼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고, 게다가 도표에는 로켓의 가상 성능까지 놀라울 정도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런걸 대체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더니, 알고보니 일론은 몇 개월동안 우주로켓과 관련한 책을 미친 듯이 읽으며 공부했던 것이다. 일론의 일행들의 마음 속은 "어케했노..?" 그 자체였다.
 
그 순간을 계기로 일론은 이렇게 생각했다. '생쥐를 쏘아 보내는 아이디어는 잊자. 화성에서 죽어버릴 식물을 심자는 아이디어도 버리자. 앞으로는 우주탐사 비용을 낮춰서 누구나 우주 개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야겠다'. 이것이 앞으로 세워질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이 되었다우주 개발에는 지식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돈이 필요해서 진입장벽이 높았고, 그러한 실태는 2024년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머스크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우주로 거처를 넓히는' 그 자체였기 때문에, 우주 탐사 비용을 낮추는 것이 제1목표였던 것이다.

 

실제로 이와 비슷하게, 테슬라는 자신들의 전기차 기술 특허를 무료로 전면 공개했는데, 일론이 이끄는 테슬라의 목표도 '돈'을 버는 것 자체보다는 전기자동차를 대중화시켜서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은 마치 전국 웨이팅 맛집인 감자탕 집에서 그 집의 레시피를 낱낱이 블로그나 인스타에 공개하는 것처럼, 시장 경제 논리를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행동이다. 하지만, 머스크의 목표는 그저 경쟁에서 살아남아 1등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닌, 인류가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또 그만한 자신감이 있던게 아닐까 싶다. "어차피 우리 특허 전부 공개해도 너흰 우리 못따라올걸?" 라는 심리도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 생태계 파괴자가 될 '스페이스 엑스'의 출범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 발사 장

 

아무튼, 그렇게 스페이스 엑스는 2002년 6월 수수한 환경에서 출범했다. 스페이스 엑스는 사무실의 구조도 남들과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과학자들의 책상을 공장 전체에 분산 배치해서 기계를 설계하는 명문대 출신 컴퓨터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하드웨어를 만드는 용접 기술자와 기계 제작 기술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앉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스페이스 엑스의 파격적 행보는 성격이 다른 엔지니어 집단을 서로 격리하고 부동산 가격과 임금이 저렴한 지역에 공장을 세워 엔지니어와 기계 제작 기술자를 멀리 떨어뜨려놓는 전통적 항공 우주 기업들과 뚜렷이 구별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전자, 현대차같은 대한민국 1등기업을 생각해보자. 대졸 공채로 입사한 엔지니어들과 생산직 공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의 갈등이 심하다. 거의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방불케 하는 정도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만 봐도 그렇다. 대졸 엔지니어들은 생산직 기술자들을 무시하고, 생산직 기술자들은 샌님이라고 엔지니어들을 욕하는 그림이 우리에겐 더 익숙하다. 하지만 스페이스 엑스에서는 와이셔츠와 정장을 입은 명문대 출신 컴퓨터 과학자들과, 온몸이 문신으로 둘러쌓이고 땀을 흘리며 머리에는 두건을 쓴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며 일한다.
 
머스크는 첫 출근한 직원들에게 우주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미국의 저가 항공사로, 부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비행기를 아무렇지 않게 타고 다닐 수 있는 '항공의 대중화'가 기업의 제1목표인 항공사)로 부상하는 것이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이라는 말을했다. 실제로 항공 우주 산업의 수요는 생각보다 많았지만 공급이 적었고, 비싼 비용 때문에 그 많은 수요조차 실수요로 이어지지 못했다. 군인 집단과 과학자들은 싸고 신속하게 우주에 접근하고 실험 도구를 우주로 쏘아 올려 정기적으로 자료를 받아보고 싶어 했다. 의료나 소비재 산업에 속한 일부 기업도 중력이 부족한 공간에서 자사 제품의 속성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연구할 목적으로 우주탐사에 관심을 쏟았다.
 
머스크는 이베이가 페이팔을 인수하면서 벌었던 돈에서 1억달러 이상을 스페이스 엑스에 투자했다. 스페이스 엑스에는 NASA, 미공군 등 엘리트 출신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을 고용했고, 스페이스 엑스는 여타 거대 우주 기업들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부품 수입에 크게 의존하던 것과 달리, 비용 절감을 위해(스페이스 엑스의 최대 사명은 '값싼 우주 발사 비용'이다)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 제작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실제 한 일화로 데이비스라는 스페이스 엑스 초창기 멤버의 에피소드가 있다.
 
스페이스 엑스는 로켓 발사를 위해 필요한 전기기계식 액추에이터가 필요했다.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없는 데이비스는 당연히 전기기계식 액추에이터를 만들 수 있는 대형 하청 업체를 찾았고, 하청 업체에게 받은 12만 달러짜리 견적서를 내밀자 머스크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액추에이터는 차고 문 개폐기만큼 복잡하지도 않네. 자네가 쓸 수 있는 예산은 5,000달러야. 가서 문제를 해결하게나". 데이비스는 그렇게 온갖 서적을 찾아가며 9개월동안 액추에이터를 만들었고, 들뜬 마음에 머스크에게 몇 십장에 달하는 제작과정을 정리해서 보냈다. 그러자 머스크의 답장은 한 단어였다. "Okay"데이비스는 "내게 있는 온갖 지적 능력을 나머지 한 방울까지 짜내 이메일을 썼는데 1분 후에 돌아온 답은 달랑 단어 한 개 였어요. 회사에 있는 직원은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합니다. 그래도 내가 일론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엄청난 결정을 매우 신속하게 내리는 능력이에요." 라고 말했다.
 


#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 : 우주 로켓 발사비용 절감 → 우주 탐사의 대중화


아무튼 스페이스 엑스는 그렇게 말도 안되는 비용 절감으로 경쟁 업체들을 제치고 나갔다. 스페이스 엑스의 목표는 '우주 로켓 발사의 대중화(상용화)'였고, 그 목표를 위한 제1조건은 값싼 발사 비용이었다. 그렇기에 스페이스 엑스는 비행 한 번에 거액을 챙기기보다는 비행을 거듭해 소액이라도 꾸준히 챙기는 전략을 취한다. 실제로 1회당 평균 발사 비용을 산출해보면 다른 항공 우주 기업들은 따라갈 엄두를 내기는커녕 납득조차 하지 못한다. 머스크의 비서 숏웰은 이렇게 말했다. “거대 기업은 대체 그 많은 돈으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담배처럼 말아서 피우는 걸까요? 이해할 수가 없어요.”
 
"일론은 항공 우주 산업의 사업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놓았어요. 비용을 낮추면서도 안전율을 높였죠. 개방형 바닥에 사무실을 배치하고, 모든 직원에게 발언권을 주고, 인간적 상호작용을 권장하는 등 기술 산업의 장점을 도입했어요" 라고 스페이스 엑스의 고위 직원은 말한다. 요구 사항 문서와 프로젝트 검토서를 작성하는 것이 관행인 대부분의 항공 우주 기업에서는 매우 색다른 방식이었다. 사담으로 스페이스 엑스는 2025년 말 상장 예정이라고 하는데, 지금 내가 제일 사고 싶은 기업이기도 하다. 얼른 그 날이 오길 바란다.
 

불편해 보이는 일론 머스크


일론이 스페이스 엑스를 경영했던 과정을 지켜보면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진짜 보통 사람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줄임말 금지 사태'가 있다. 이것이 무엇이냐 하면.. 일론머스크는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에게 자신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줄임말 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메일의 대용은 대략 이렇다.
 
“스페이스 엑스에서 말을 줄여서 쓰는 경향이 서서히 눈에 띄고 있습니다.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줄임말을 남용하면 의사소통을 심각하게 방해합니다. 개인적으로 줄임말을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약간씩 사용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1,000명이 줄임말을 만들어 쓰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결국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어휘집을 만들어 교육시켜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줄임말을 많이 사용하면 이를 전부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회의 시간에 바보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무슨 소리인지 몰라도 그냥 앉아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신입사원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것이 머스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 이메일은 어조가 거칠지만 모든 일을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고 생각하면 납득할 만 하다. 다른 사람은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에 집착하는 것 같지만 머스크의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줄임말을 쓰려면 자기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대목이 우습지만 이처럼 직접 몸으로 뛰는 머스크의 경영 스타일은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에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그 후 직원들은 줄임말 금지 정책을 머스크가 보낸 이메일의 제목을 따서 ASS 규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ㅋㅋㅋㅋ;;).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되게 멋진 천재이지만, 사장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면 ,,, 진짜 너무 끔찍하다..
 


# 특이하기 짝이 없는 스페이스 엑스의 기업문화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은 사실상 워라밸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일론은 하루에 14시간 이상을 일하고, 전 세계를 일주일에도 몇 번씩 왔다갔다 한다. 홍길동이 따로 없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인 사람이고, 그와 비슷하게 생각해야만 그의 기업에 적응할 수 있다. 그들은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며,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꿈을 키우고 실현하기 위해 일한다. 초창기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은 쉬는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참 특이하고 괴짜같았다.

퀘이크3 아레나 게임 :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의 휴식시간

 

그들에게 업무 중 휴식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그나마 직원들은 어쩌다 저녁 8시 무렵 머스크가 근무용 컴퓨터로 퀘이크3아레나와 카운터 스트라이크와 같은 1인칭 슈팅 비디오게임을 하도록 허용해줄 때 잠시 일을 놓고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정해진 시각이 되면 20명에 가까운 직원들이 전투를 치르려고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머스크는 게임을 할 때 도발적인 말을 뱉으며 인정사정 보지 않고 직원을 사격해 자주 이겼고, 엄청나게 잘했다고 한다. 역시 어렸을 때부터 게임 덕후였던 가닥이 어디 가지는 않는가보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을 1인칭 슈팅게임(오버워치와 비슷한) 전국 토너먼트 대회에 팀으로 출전시켜 2등을 했다고 한다.
 
일론은 CEO자리에서 쫓겨난 Zip2, 엑스닷컴을 거치면서 경영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법도 성숙해지기 시작했다. 페이스 엑스가 눈코뜰 새 없이 바쁘고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 하던 어느 날, 일론은 대중들에게 스페이스 엑스가 이룬 쾌거를 대중에 과시하고 싶어서 모형 로켓을 만들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북한도 아니고 언론 선전용 모형을 만들라니, 크게 실익도 없는 것 같고 물리적으로 시간과 체력이 부족했던 직원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그날 밤 직원 중 한 명인 홀먼은 공장에서 일하다가 머스크가 자기 말을 모두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터뜨렸다(안경이 불편하다는 내용이었다. "어휴 안경도 불편하고 머스크 저놈은 안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쓰잘데기도 없는 모형 장난감이나 만들라고하고 미치겠고만" 정도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두 시간 후 머스크의 비서가 나타나 라식 수술 전문의의 명함을 내밀었다. 의사를 찾아간 홀먼은 머스크가 수술 비용을 부담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홀먼은 “일론은 매우 까다롭게 굴면서 일을 밀어붙이지만 일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없애주려고 노력합니다.” 라고 말한다. 홀먼은 그때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고 나서,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하려 했던 머스크의 계획을 호의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일론은 스페이스 엑스에 현실주의 요소를 보태고 싶었던 겁니다. 누군가의 앞마당에 로켓을 갖다 놓으면 그 존재를 부정하기 힘드니까요.”

 


# 스페이스 엑스가 상장하지 않았던 이유


한편, 나처럼 스페이스 엑스의 주식 상장을 바라는 자사 직원들의 원성이 커지자, 일론은 전직원에게 스페이스 엑스의 주식 상장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여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주식 상장을 원하는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에게 일론이 보낸 메일 - 주식 상장에 대하여(2013.06.07.) 최근에 언급한 대로 나는 화성 수송 체계가 자리 잡기 전에 스페이스 엑스가 주식을 상장하는 계획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화성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스페이스 엑스의 흔들리지 않는 근본 목적입니다. 주식 상장 때문에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작아진다면 화성 탐사 계획이 궤도에 올라설 때 까지 주식을 상장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다시 생각해볼 의사는 있지만 테슬라와 솔라시티에서 겪은 경험을 참고하고 특히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이 장기적 성격을 띤다는 점을 고려해 주식 상장을 더더욱 주저하고 있습니다. 상장 기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 직원은 주식 상장이 바람직한 절차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이 급변하거나 내부 사정으로, 때로는 아무 원인 없이 순전히 경제 문제로 상장 기업의 주가는 극심하게 요동합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주가 변동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중략- 끝으로 스페이스 엑스는 1~2개월 안에 팰컨9가 조건을 갖추는 대로 투자를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때 주가가 얼마일지 아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지만 투자가들과 대략 논의해본 결과 주당 30~35달러가 되리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스페이스 엑스의 기업 가치는 40~50억 달러에 도달해서 당장 주식을 상장했을 때의 금액과 엇비슷해집니다. 솔직히 말해 새 F9, FH, 드래곤 V2가 아직 발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탁월한 성적입니다."

 

이 대목에서도 일론의 목표는 그저 최대한 많은 투자를 받고, 기업의 덩치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보여준다. 스페이스 엑스의 목표는 1등 기업이 되는 것이 아닌, '인류를 화성에서 생활하게끔 하는 것'이다. 장난이나 가식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것이 유일한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인 것이다. 이러니 그 주식을 사무치게 사고 싶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이렇듯 일론의 기업은 기업의 사명,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고, 그것만은 절대 다른 것과 타협하지 않는다.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에서 애플과 같이 절대적인 팬심을 가지고 산업 자체를 바꿔버리는 기업의 공통점은 결국 기업의 '왜'가 명확하다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스페이스 엑스를 비롯한 일론의 기업은 그러한 점에서 애플과 대체로 비슷하다.
 
스페이스 엑스의 차별점은 또 다른곳에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채용할 때 면접 보는 자리에서 약 20줄의 코드를 작성하는 문제를 낸다. 하지만 스페이스 엑스가 내는 문제를 풀려면 500줄 이상의 코드를 작성해야 한다. 극악의 실무면접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렇게 악명높은 과정을 통과하고 최종 면접까지 도달한 후보자 전원에게는 자신이 스페이스 엑스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를 글로 써서 머스크에게 제출하는 과제가 추가로 부여된다. 머스크는 그저 '능력있는' 직원이 아닌, 능력은 당연히 뛰어나고,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그것을 위해 구체적이고 세세한 목표를 세울 수 있을 정도로 현실감각이 있는 인재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머스크는 경비와 기술직 사원을 비롯해 스페이스 엑스가 창업하고 채용한 첫 1,000명 전원을 거의 직접 면접했고, 직원이 늘어났어도 엔지니어의 면접에는 직접 참여한다. 머스크 앞에서 최종 면접이라니.. 상상만 해도 떨린다. 청심환 풀도핑을 하고 가도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6. 테슬람의 시작, 테슬라


# 테슬라의 탄생 : 일론은 테슬라의 설립자가 아닌 투자자였다


테슬라의 마크

 

테슬라를 일론이 설립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페이팔과 마찬가지로 엄밀히 말하면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최초설립자가 아니다. 테슬라는 에버하드와 타페닝이라는 스탠퍼드 대학 출신의 뛰어난 천재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전기자동차 기업이고, 테슬라라는 이름은 발명가이자 전기 모터 제작의 선구자인 '니콜라 테슬라'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에버하드가 생각해냈다. 전기자동차가 가진 비전을 세상 어느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때 설립한 테슬라는 투자금이 필요했다. 마침 그때 머스크는 억만장자였고, 그는 인터넷, 로켓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기자동차에도 깊이 관심이 있었다. 그들의 계획에 일론은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 머스크는 65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테슬라의 최대 주주이자 회장이 되었다(초기 테슬라 지분의 80%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였다).
 
테슬라의 최초 설립자 중 한 명인 타페닝은 이렇게 말했다. "저같은 벤처 사업가에게는 신념 있는 투자자가 필요합니다. 일론에게 투자는 단순한 재정적 거래가 아니었습니다. 일론은 미국의 에너지 공식 자체를 바꾸고 싶어 했어요. 우리가 머스크같은 완벽한 투자가를 만난 것은 엄청난 행운입니다. 머스크에게는 우리가 제작하려는 제품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공학적 지식이 있었고, 미국이 원유에 집착하는 현실을 끝내고 싶다는 원대한 목적에도 크게 공감했습니다."
 
돈을 절약하려고 스페이스 엑스 공장 안에 테슬라 디자인 센터를 출범했다. 본 홀츠하우젠 팀은 센터의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작업내용을 비밀에 부치려고 텐트를 쳐서 공간은 분리했다. 머스크 기업의 전통대로 본 홀츠하우젠은 자신이 사용할 사무실을 직접 꾸미기로 하고 먼저 이케아에 가서 책상을 몇 개 사고 미술 도구 매장에 가서 종이와 펜을 샀다.

테슬라의 첫 모델은 고급 스포츠카 '로드스터'였다


테슬라의 첫 전기자동차 모델은 2006년 개발을 시작해 2008년 3월에 출시된 '로드스터' 차량이었다. 로드스터는 일반 대중들이 아닌 부자들을 겨냥한 스포츠카 모델이었고, 이 것은 머스크와 에버하드의 전략이었다. 에버하드는 이렇게 강조했다. “휴대전화, 냉장고, 컬러텔레비전 등도 처음에는 대중을 겨냥한 저가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저가 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는 상대적으로 고가였습니다.” 실제로 유명 배우와 연예인들이 로드스터를 구매하면서 테슬라는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 일론 머스크의 최대 위기 : 금융위기, 테슬라의 몰락, 이혼, 파산이 동시에


하지만 그 과정까지의 길은 험난했다. 테슬라는 다양한 기술적, 경제적 위기를 맞았고, 머스크는 에버하드가 CEO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고 판단하였고 실제 테슬라의 고위 임원과 직원들 중 일부도 그러한 생각을 했다. 결국 머스크는 에버하드를 CEO자리에서 끌어내리는 판단을 했고, 그 후 몇년 동안 그들은 공개적으로 끊임없이 싸웠다. 그 사건으로 인해 테슬라의 최초 설립자인 에버하드를 추종하는 뛰어난 엔지니어와 중역들이 에버하드와 함께 테슬라를 떠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2008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테슬라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자기가 Zip2와 엑스닷컴에서 당한 일을 그대로 에버하드에게 했다..
 
그 시기 일론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힘든 시기를 겪었다. 스페이스 엑스는 발차를 세 차랴나 실패하고, 언론과 경쟁 기업들은 일론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게다가 일론은 2010년 저스틴과 이혼까지 하면서, 강철멘탈인 일론조차 멘탈이 박살나버리고 말았다. 머스크는 이렇게 호소했다. "나는 사방에서 공격을 당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보며 쾌감을 느꼈어요. 여러 면에서 정말 괴로웠습니다. 저스틴은 언론을 통해 나를 고문했죠. 게다가 테슬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기사가 들끓었고 스페이스 엑스의 3차 발사 실패를 들먹거리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심정이 많이 상했어요. 내 삶이 삐걱거린다는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내가 만드는 자동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가 이혼까지 겹치다보니 스스로 쓰레기 더미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이제 모든 상황이 끝장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일론 머스크

 

투자자이자 그의 오랜 친구인 그라시아시는 이렇게 말했다. “일론은 내가 만나본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스트레스를 이겨낼 능력이 있습니다. 그가 2008년에 겪었던 일은 세상 어느 누구도 이겨낼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일론은 그냥 버티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계속 일했고 집중력을 잃지 않았습니다". 일론이 다른 중역과 경쟁자보다 눈에 띄게 우수한 점은 바로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조차 목표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한 종류의 압력을 받으면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죠. 하지만 일론은 극도로 이성적 태도를 취합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이성적으로 결정을 내리죠. 일론이 직접 겪은 일을 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그를 존경하게 됩니다. 고난을 이겨내는 일론의 능력은 정말 최고입니다.” 라고 그라시아는 덧붙인다.
 


# 위기의 극복과 테슬라의 부활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이후 시기에는 이렇듯 상황이 극도로 어려워져 테슬라와 스페이스 엑스 중 하나를 포기해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일론은 진지하게 어떤 기업을 포기해야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났다. 엄청난 풍파가 지나갔지만, 극적으로 스페이스 엑스는 NASA로부터 16억달러의 계약을 따냈고, 동생 킴벌과 휴가를 보내던 머스크는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가 추진한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글썽였다.
 
결국 위기를 극복해내고 2012년 모델S세단 출시하고 승승장구를 하다가, 2013년 중반에 테슬라는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일론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실적이 평균 이하인 고위 중역들을 대거 해고하고 평균 이상 직원들을 대거 승진시켰고, 모델S의 재판매 가격을 개인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머스크는 친구인 구글 CEO 래리 페이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머스크는 테슬라가 다음 몇 주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했다. 머스크는 모든 사정을 페이지에게 설명하고 테슬라를 구글에 매각하기로 구두 합의까지 했다. 머스크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매각은 테슬라가 앞으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순 같았다.
 
머스크는 기업을 매각하면 새 주인이 테슬라가 추구한 목표를 무시하고 결론을 내릴까봐 무엇보다 두려웠다. 테슬라가 궁극적으로 전기 자동차를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조치를 취하고 싶은 머스크는 매각 후 8년동안 또는 전기 자동차의 대량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자신에게 경영권을 주고, 공장 시설을 확충하는 명목으로 50억 달러를 지원해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구글 소속 변호사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머스크는 밀어붙였고, 당시 테슬라 가치를 고려할 때 인수 비용은 약 60억 달러에 이르렀다. 테슬라의 매각 조건을 논의하고 있을 대 기적이 일어났다.
 
머스크가 자동차 판매원으로 전환한 500여명의 직원이 상당수 계약을 성사시켰고, 2013년 5월 8일 상장 이후 처음으로 순수익 1,100만 달러를 기록해 월스트리트를 놀라게 했다. 그렇게 기업 가치가 상승하자 테슬라는 구글과 더 이상 매각 협상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구글이 인수하기에는 테슬라의 덩치가 지나치게 커졌으므로 구글과 오갔던 거래는 무산되었다(구글 변호사들은 머스크에게 이사회에 매각 의사를 밝히라고 요청했고, 머스크는 요청을 수락하기 전에 조건을 애걸었다. 인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테슬라가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지므로 차후에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시 구글에 융자를 요청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었다. 구글이 이 문제를 놓고 몇 주에 걸쳐 고민하는 사이에 테슬라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때 테슬라가 구글에 매각되었으면, 지금쯤 구글은 대체 어떤 회사가 되었을지도 궁금하다. 래리 페이지와 머스크의 합작이라..


# 테슬라 모델명의 장난스러운 비밀과 테슬라의 철학


이후 2015년 9월, SUV 모델인 모델X, 연이어 2016년 3월 중형 세단 모델3(E), 2020년 3월 중형 SUV 모델인 모델Y를 출시했고, 작년인 2023년 11월 사이버트럭을 출시했다. 테슬라가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당시의 주류 자동차 기업들은 테슬라의 엄청난 성장에 속수무책이면서도 틈만 나면 발목을 잡으려 안간힘을 쓴다. 예를들어 테슬라는 장난기 있는 머스크의 익살에 장단을 맞춰 모델S와 모델X에 이은 3세대 자동차에 모델E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어 했지만, 포드 CEO였던 앨런 멀럴 리가 ’모델E‘라는 이름을 사용하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며 반대했다(포드는 100년 전에 모델 T를 생산했었다). 결국 모델E는 E와 형태가 비슷한 모델3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것이다.머스크는 이렇게 회상했다. "포드 자동차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모델 Y를 상표에 등록했더군요. 그것을 모델 X 대신에 쓰려는건가요?‘라고 진지하게 물었어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대답했죠. '아뇨, 장난친겁니다. S-E-X-Y, 무슨 단어인지 알겠죠?' 머스크의 장난끼는 참 대단하다. 모델3가 아니라 모델E였으면 재밌었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한편, 테슬라는 자동차를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기도 했다. 테슬라의 직원은 말한다. "다른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계기판 모양을 바꾸고 싶다면 지구 반 바퀴 떨어져 있는 공급 업체에 연락하고 여러 단계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테슬라에서는 머스크가 부활절을 맞아 계기판에 토끼 사진을 올리고 싶다고 결정하면 단 두 시간이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사업 모델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와 대리점의 사업 방식을 모욕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을 더욱 미묘하게 표현한다. 실제로 지금은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이 테슬라를 본보기로 자사 차량 운전자에게 온라인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3의 내부

 

그리고 테슬라 직원들은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이 몇 년 동안 보아왔던 머스크의 모습을 똑같이 볼 수 있었다.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 비용을 대폭 절감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스페이스 엑스의 사명이 '우주 탐사의 대중화'인 것 처럼, 테슬라의 사명도 '전기자동차의 대중화'이기 때문에 비용 절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또한, 머스크는 다른 거대 기업의 CEO들과 달리 생산이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공장을 뛰어다니며 직접 기계를 다룬다. 스티브 잡스도 특히 엄청 꼼꼼하게 회사를 경영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머스크처럼 직접 몸으로 뛰는 CEO는 결코 없었다. 머스크는 새하얀 와이셔츠에 검은 기름 범벅이 되어도 신경쓰지 않고, 두 팔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낑낑대면서 자동차 부품을 보고, 바닥에 누워 차의 밑 부분을 점검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테슬라 직원들과 머스크는 입을 모아 말했다. "테슬라는 자동차 생산 기업이 아닙니다". 테슬라는 지구 환경 개선을 위한 기업이다. 전기 자동차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테슬라의 비전은 '전기 자동차'가 아닌, '에너지'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태양광 에너지 기업 솔라시티를 인수하고,  에너지 저장장치(ESS)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다. 물론, 실적은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다. 주주로서 실망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라는 기업 자체의 가치는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스페이스 엑스의 전략과 마찬가지로 테슬라는 최대한 자동차 부품을 자체제작하고 있기에 외부적인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기도 하다. 또한, AI, 로봇, 전기자 충전소 등 테슬라의 비전은 '전기 자동차' 자체가 아니라 '에너지 플랫폼 기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특히 요즘은 테슬라의 주가가 좋지 않다. 기업 자체의 가치와 투자 대상으로서의 주식은 별개이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고평가된 시점에 주식을 매수하면 성공적인 투자가 아니다. 그러한 면에서 테슬라의 주식은 변동성도 크고, 실적이나 기업의 히스토리에 비해 고평가되었다는 의견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머스크가 자사 주식 상장을 바라는 스페이스 엑스 직원들에게 보냈던 이메일에서 말했듯, 주식 시장은 기업 자체의 가치와 별개로 외부적인 요인과 근거가 빈약한 입소문 등으로 인해 심각하게 요동친다. 그런 관점에서 테슬라의 비전이 여전히 가치있다고 판단하는 투자자에게 있어서 요즘 같은 큰 폭의 주가 하락은 오히려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실제로 캐시우드는 최근 테슬라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이전에 정리했던 테슬라 보유량을 대폭 늘렸다.

 

 

 

[참고문헌 : 애슐리 반스, "일론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안기순 번역, 김영사, 2015.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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