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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 읽음
'블링크'는 첫 2초 동안 무의식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순간적 판단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생각 체계를 조직화하여
의사결정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밝혀준다.
살다보면, 우리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모든 것을 분석하고, 근거를 정리하고,
신중하게 고민한 결과, A라는 선택이
옳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에서
근거 없는 목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아니야. B라는 결정이 나을 것 같아" 라고.
느낌이 이상하다. 논리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A라는 결정이
맞는 것 같은데,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내 마음속의 뭔가가 이렇게 하라고 시켰어"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어"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봤거나,
들어봤을 말들이다.
한때 온라인에서 유명한 밈으로
퍼졌던 말이 있다.
'쎄한 느낌은 그냥 느낌이 아니라,
n년동안 살아오면서 우리 인생에 축척된
빅데이터'라는 말.
저자인 말콤글래드웰은 이를
무의식과 직관으로 설명하며,
'쎄함'이라는 직관적인 판단이 과학적인
판단이라는 말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어 하는
'직관'이라는 것을 사례를 통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무의식에서 작용하는
'직관력' 또한 의식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방법들을 제시한다.
너무나도 많은 정보에 둘러싸인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 그 수많은
정보들로 오히려 더 혼란스러움을
느낀 경험을 해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도한 정보는 오히려 우리의 무의식에
저장된 선입견을 불러일으키고
확증편향을 더 짙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 때가 많다.
'직관력'은 무수히 넘쳐나는 정보들을 받아
들이기 전에, 최소한의 정보만으로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다.
정보의 바다 속에서 많은 혼란을 느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1. 책 이름
블링크(운명을 가르는 첫 2초의 비밀)
2. 저자 소개
말콤 글래드웰은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자랐고,
토론토대학교와 트리니티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87년 ~ 1996년까지
<워싱턴포스트>의 경제부/과학부 기자,
뉴욕 지부장을 지냈다. 출간한 여섯 권의
책을 모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린 경영저술가이며, 대표적인 저서로는
'운'을 과학적 이론으로 풀어낸
<아웃라이어>와,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분석한 <티핑포인트> 등이 있다.
3. 주관적 평점 : 3.5점
4. 담고 싶은 구절들과 개인적 생각들
(출처 : 말콤글래드웰, 『블링크』, 이무열 옮김, 김영사, 2021.)
당신이 거리로 산책을 나섰다가 갑자기 덮쳐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치자. 그 순간 당신은 모든 선택지를 두루 검토할 시간이 있을까? 물론 없을 것이다.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서 이토록 오랫동안 종족을 보존해올 수 있었던 것은 극소량의 정보를 토대로 매우 민첩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별도의 의사결정 장치를 발달시켜온 덕분이다.
고트먼은 커플 중 어느 한쪽 또는 둘 다 상대에게 경멸의 감정을 보일 경우 그것을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 보이는 가장 중요한 신호로 여겼다. 고트먼은 말했다. "당신은 아마 냉소가 최악이라고 생각할겁니다. 냉소는 전 세계적으로 비난받는 인간 감정이니까요. 하지만 경멸은 냉소와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내가 아내를 냉소하며 '당신은 귀 기울여 듣는 법이 없어. 당신은 정말 이기적이고, 둔해 빠졌어'라고 말했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녀는 방어 자세로 맞설 겁니다. 그것은문제 해결이나 대화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건 우월한 위치에서 말하는 경우입니다. 경멸이 바로 우월한 위치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감정이지요. 경멸은 곧 모욕인 경우가 많습니다. 'XX 같은 X, 넌 쓰레기야.' 이것은 상대를 나보다 낮은 위치에 두려는 행동입니다. 위계를 두는 말인 것이지요."
책에서 저자는 성실성/정서 안정성/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 측면에 한해 서는, 어떤 한 사람을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친한 친구들보다 그 사람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사는 집을 20분간 본 사람들이 더 정확한 평가를 내린 실험을 보여준다. 저자는 말한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것은 나를 전혀 만난 적이 없는 상태에서 겨우 20분간 나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이 수년 동안 나를 알고 지내온 사람들 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서로를 알기 위한' 계속된 만남과 점심 약속은 그만두어라. 내가 좋은 직원이 될지 알려거든 어느 날 불쑥 내 집에 들러 한 번 휘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침실은 그 사람의 성격에 대한 세 종류의 단서를 제공한다고 고슬링은 말한다. 우선은 자신이 세상에 어떻게 비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사려 깊은 표현인 신원 증명이 있다. 예컨대 액자 속에 들어 있는 하버드 우등 졸업장 사본 같은 것이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뜻하지 않게 남기게되는 단서인 행동의 흔적들이 있다. 예를 들어 마루 위에 널브러진 더러운 세탁물이나 알파 벳순으로 배열된 CD 컬렉션 같은 것이다.
새 여자친구나 남자친구의 책장을한 번이라도 훑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을 두말없이 이해할 것이다. 사적인 공간을 흘끗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 앞에 드러낸 얼굴을 몇 시간이나 쳐다보며 알게 되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당신의 판단을 망치는 데 일조할 수도 있는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별반 관계 없는 온갖 정보의 파편 들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몸무게 125킬로그램의 미식축구 선수가 강렬하고 통찰력 있는 지성의 소유자일 거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즉 '운동 선수는 머리가 비었다'는 전형적인 통념을 피해가기 힘들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해 본 거라고는 그의 책장이나 벽에 걸린 미술 작품이 전부인 사람에겐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 이 구절이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 수록 상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수로 오히려 선입견이 없는 상태에서 상대를 관찰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가 최소한의 수준일 때 내리는 직관적인 판단이 오히려 훨씬 정확한 상황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물론,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이러한 직관적인 판단이 효율적인 상황과, 분석적인 판단이 효율적인 상황을 구분하여 소개한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통찰이며, 지혜인 것 같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 역시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매우 객관적이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성격을 평가할 때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대놓고 묻지 않는 것은 그런 까닭이다. (중략) 자신들의 대화가 어떻게 들리는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직접적인 물음을 던지는 게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별로 없다. 고트먼이 커플들에게 결혼 생활이 어떤지가 아니라 애완동물처럼 결혼 생활과 관련이 있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중략) 고트먼은 옆으로 비어져 나오는 것에 주목한다. 그것이 정면으로 치받고 나오는 것보다 진실에 이르는 훨씬 더 빠르고 효율 적인 길일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다마지오는 코 뒤쪽에 있는 전두엽 피질이라는, 뇌의 작지만 중요한 부분이 손상된 환자들을 연구했다. 전두엽은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연성과 연관성을 파악하고, 우리가 외부 세계에서 얻는 산더미같은 정보를 분류해 그 우선순위를 정하고 즉각적 관심을 요하는 일들에 표시를 해둔다.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완벽하게 이성적이다. 그들은 지적 활동이나 기능적 수행은 잘하지만, 판단은 못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일에는 신경을 놓고 정말 중요한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무의식 속의 정신적 시종을 갖고 있지 않다.
"마치 마약중독자 같았어요. 마약중독자는 자기 행동의 결과는 아주 잘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라 행동하진 못하거든요.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전두엽 손상은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단절을 불러옵니다." 그 환자들에게 결여된 것은 말없이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며 거기 손바닥의 땀 분비 같은 감정의 작은 조력자를 붙여주어 그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해주는 시종이었다.
'워런하딩의 오류'는 이러한 신속한 사고의 회로가 어떤 것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꽤나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런하딩의 오류는 신속한 인식의 어두운 면이다. 수많은 편견과 차별의 뿌리에 그것이 있다. 일자리의 적임자를 뽑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도 그런 까닭이고, 또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종종 매우 책임이 큰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런 까닭이다. 얇게 조각내어 관찰하기와 첫인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우리가 가끔은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에 대해 몇 달간의 연구 끝에 알 수 있는 것들 보다도 더 많은 것을 눈 깜빡할 사이에 알아내기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신속한 인식이 우리를 빗나가게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이해해야만 한다.
얼마 전 몇몇 연구자가 출생 때부터 성인기까지 수천 명의 일생을 추적한 방대한 조사 연구 자업에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나이와 성별, 몸무게 등의 변수를 보정할 경우 키 2.5센티미터는 연봉 789달러의 값어지가 있음을 계산해냈다. 다른 조건이 똑같을 경우 키가 185센티미터인 사람은 167.5센티미터인 사람보다 매년 평균 5,523 달러를 더 번다는 뜻이다.(중략) 당신은 왜 그토록 평범한 사람들이 회사나 조직의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지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매우 중요한 직책을 맡을 인물을 결정할 때조차도 우리의 선택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키 큰 사람을 보면 약해진다.
그러나 골롬의 성공에는 훨씬 더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따르는 매우 단순한 규칙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고객의 욕구와 기분에 대해 순간적 판단을 수없이 하지만, 결코 사람의 외모를 기준 으로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문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 모두가 차를 살 가능성은 정확히 똑같다고 상정한다. (중략) "예단은죽음과의 입맞춤이지요.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시도를 다해야 합니다. 풋내기 세일즈맨은 고객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람을 차를 살 사람처럼 보이지 않아.' 이것은 최악의 자세입니다. 때로는 전혀 살 것 같지 않던 사람이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내가 거래하는 농부가 하나 있는데, 나는 여러 해에 걸쳐 그에게서 모든 종류의 차를 다 팔았습니다. 악수를하며 계약을 끝낸 뒤 그는 내게 100달러 지폐를한 장 건내며 말합니다. '내 농장으로 보내주십시오.' 우리는 배송 계약서를 작성할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쇠똥 묻은 작업복을 걸친 그를 본다면 아마도 귀중한 고객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업계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그는 사실 현찰 덩어리이지요. 또 어떤 사람들은 10대의 청소년이 들어오면 내쫓아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그 10대가 부모를 대동하고 와서 차를 고릅니다. 계약서를 작성하 는건 물론 다른 세일즈맨이지요."
첫인상은 우리의 경험과 환경에서 생성된다. 이는 그 인상을 형성하는 경험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첫인상을 바꿀 수 있다는(얇게조각내어 관찰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의미다. 당신이 모든 면에서 흑인을 동등하게 대하고 싶어 하는 백인(백인에 대해 갖고있는 것만큼 흑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연상을 갖고 싶어 하는 백인)이라면 평등에 대한 단순한 언급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소수 인종 앞에 일상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며, 그들의 좋은 문화에 친숙해지도록 소수 인종의 성원과 만나고, 약속하고, 이야기하고, 그들을 채용하고자 할 때 망설임이나 불안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당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신속한 인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능동적으로 걸음을 내디뎌 첫인상을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한번은 밴 라이퍼와 클라인 그리고 10명이 넘는 해병대 장군들이 호기심에 뉴욕 상업거래소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밴 라이퍼 는 속으로 전시의 군사 지휘소를 빼놓고 이런 아수라장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고(여기서 뭔가 배울 수 있겠다고)생각했다. 그날 마감벨이 울린 뒤 장군들은 플로어에 내려가 거래 게임을 했다. 그런 다음 일단의 선물거래인을 대동하고 월스트리트에서 뉴욕만을 가로질러 거버너스섬의 군사기지로 가 컴퓨터로 전쟁 게임을 했다. 선물거래인들은 정말 잘했다. 전쟁 게임은 정보가 제한된 초긴장 상태에서 속사포를 쏘듯 중요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는데, 그들이 종일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중략) "그들은 그저 예의를 갖추고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서로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요. 그들은 정보를 교환하며 관계를 트고 있었습니다. 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
이구나. 그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뇌에는 언어로 생각하는 부분인 좌뇌와 그림으로 생각하는 부분인 우뇌가 있는데, 얼굴을 언어로 묘사할 때는 시각 메모리가 옮겨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당신의 사고가 우뇌에서 좌뇌로 이동하는 것이다. (중략) 얼굴에 관한 한 우리가 언어로 묘사 하는 능력보다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훨씬 탁월하다. 메릴린 먼로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사진을 보여주면 당신은 1초도 안 되어 두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것이다. 추측하건대 당신은 보는 즉시 당신의 상상 속에서 두 얼굴을 거의 완벽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은 그들을 얼마나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당신이 메릴린 먼로의 얼굴에 관한 글을 한 단락 써놓고 누구를 묘사하는글인지 이야기해주지 않을 경우 그게 누구인지 내가 알아맞힐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얼굴에 대한 본능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기억을 언어로 표현하면 당신과 그 본능은 분리된다.
"그것은 스포츠 분야에서 과정을 분석해 들어가면 오히려 무력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흐름을 잃는 거지요. 그런 절차에 취약한, 유동적이고 직관적이며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유형의 특정한 경험들이 있습니다."
아이엔가는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고급 식품점 드래거즈에 시식대를 차려 놓고 그 위에 다양한 이색 잼들을 올려놓았다. 어떤 때는 부스에 6종의 잼을, 어떤 때는 24종의 잼을 진열했다. 선택할 수 있는 잼의 수가 판매되는 잼의 수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전통적이 경제 상식은 물론 소비자의 선택지가 많아질 수록 그들이 물건을 살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욕구에 딱 들어맞는 잼을 찾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였다. (중략) 왜 그럴까? 잼을 사는 것은 순간적 결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난 저걸 사고 싶어' 하고 자신에게 속삭인다. 그런데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경우, 즉 당신의 무의식이 편안함 을 느끼는 정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는 모든 것이 마비된다.
☞ 김밥천국에만 가면 결정장애가 생기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 같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은 선택지를 주는 것
보다, 선택지를 최소화, 때로는 더 나아가 누군가가 대신 선택해주기를 바란다.
한 모금 테스트만 할 경우 소비자들은 단맛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병이나 캔을 통째 로 마실 때는 단맛이 사람들을 질리거나 물리게 할 수 있지요."
☞ 저자는 이후 책에서 '감각 전이'라 불리는 문제를 보여준다. 마가린을 버터처럼 보이도록 노란 색소를 입히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게 포일로 싸서 판매하여, 매출을 급격히 올린 사례, 고급진 병에 음료를 팔았더니 갑자기 경쟁사 보다 맛있다는 평을 받은 사례 등을 제시한다.
우리의 무의식 반응은 잠긴 방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그 방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러나 경험을 거치며 자신의 행동과 훈련을 이용해 순간적 판단과 첫인상 뒤편에 있는 것들을 해석하고 해독하는 일에 숙달하게 된다. 이는 정신분석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과 흡사하다. 그들은 자신의 정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하기 시작할 때까지 여러 해를 숙련된 치료사들의 도움 아래 자신의 무의식을 분석하며 보낸다. 헤일먼과 시빌은 그와 똑같은 일을 했다. 그들은 감정을 정신분석하지 않고, 마요네즈와 오레오 쿠키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정신분석해온 것뿐이다.
몇 년 뒤 독일의 한 심리학자 팀이 유사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들은 일군의 피실험자들에게 만화를 보게 하면서 일부는 입술로 펜을 물고(양대 웃음 근육인 입꼬리당김근과 큰광대근을 수축시키지 못하게 하는 동작), 일부는 치아로 펜을 물고 있게 했다(그와 반대로 강제로 웃음 짓게 하는 효과를 내는 동작). 그랬더니 치아로 펜을 문 사람들이 만화를 훨씬 더 재미있게 보았다. 이런 일련의 결과를 믿기 어려울지 모른다. 우리는 당연히 먼저 감정을 느낀 후 그 감정을 얼굴에 표현하거나 혹은 표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굴을 감정의 부산물로 여긴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그 과정이 반대방향으로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얼굴에서 시작되기도 하는 것이다. 얼굴은 내적 감정의 이차적 게시판이 아니다. 얼굴은 감정작용의 대등한 파트너다.
실반 톰킨스는 한때 "얼굴은 페니스와 같다!" 고 일갈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그의 말뜻은 얼굴도 다분히 그 자체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자신의 얼굴을 전혀 조절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수의근 체계를 활용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런 반응의 억제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억제된 감정은 얼마간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누군가 당신 표정에 대해 뭐라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뭐 안풀리는 일 있어?'라거나 '왜 그렇게 실실 웃어?' 하고 묻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얼굴은 보지 못해요. 자신의 표정이 어떤지 안다면 우리는 아마 표정을 숨기는 데 좀 더 익숙해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지요. 우리 모두가 표정을 마음대로 감출 수 있는 스위치가 있다고 칩시다. 아이에게 그런 스위치가 있다면, 우리는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알지 못하겠지요. 아이는 곤란을 겪을 겁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시스템이 진화한 것이라는 주장도 할 수 있겠네요."
얼굴에는 일상적으로 마음을 읽어내기에 충분할 만큼의 접근 가능한 정보들이 있다. 누군가 우리에게 "난 네가 너무 좋아"하고 말할 때 우리는 곧바로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다. 얼굴을 보면 그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적어도 더 자세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움과 즐거움이 보이는가? 그 사람의 얼굴에 번민과 불행의 미세한 표정이 스쳐 지나가지는 않느나? 당신이 아이의 손을 감싸 쥘때 아이는 당신의 눈을 들여다본다. 당신의 얼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종류의 복잡미묘하고도 번개처럼 빠른 계산을 아주 잘한다. 우리는 매일같이 그런 계산을 하며, 생각하지 않고도 그런 계산을 한다.
☞ 저자는 이후 책에서 자폐증 환자가 영화의 한 장면을 볼때 시선을 추적하는 실험을 보여준다. 자폐증 환자인 피터는 영화를 볼 때, 그 누구의 눈도 보지 않았고, 격정적인 포옹을 할 때 조차 커플들이 아닌 벽 뒤에 있는 전등 스위치같은 물체들을 보았다. 그것은 피터가 사람들을 거부한다거나 친밀한 행위에 반감을 가져서가 아니라고 한다. 자폐증 환자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없는데, 마음을 읽을 수 없으면(다른 사람의 마음에 접근할 수 없으면) 눈과 얼굴을 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별달리 없기 때문이다.
총으로 사람을 쏴본 경찰관들과의 인터뷰 에서 이 같은 세세한 이야기들이 거듭 반복된다(지극히 명료해지는 시각, 동굴 같은시야, 사라지는 소리,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느낌 등등. 이는 인체가 극단적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우리의 정신은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할 경우 처리하는 정보의 범위와 양을 극적일 만큼 제한한다. 소리와 기억과 보다 넓은 사회적 이해는 눈앞의 직접적인 위협에 대한 자각을 고조시키기 위해 망각의 제물로 바쳐진다. 요컨대 클링거가 이야기하는 경찰관들은 그들의 감각이 좁아진 덕분에 임무를 더 잘 수행했다. 감각의 폭이 좁아지면서 눈앞의 위협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데이브 그로스먼의 주장에 따르면 '각성'의 최적 상태(긴장이 성취도를 높이는 범위)는 우리의 심장박동수가 분당 115에서 145사이일때 라고 한다. 그로스먼은 최고의 저격수 론 에이버의 심장박동수를 재보니 야전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때 맥박이 그 범위 최고치에 있었다고 한다. 농구 슈퍼스타 래리버드는 게임의 중요한 순간에는 코트가 조용해지면서 선수들이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론 에어버리가 임무를 수행할 때와 같은 각성의 최적 범위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래리 버드만큼 코트를 또렷하게 볼 수 있는 선수는 매우 드물다. 최적의 범위에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뿐이다. 대다수는 압박을 받으면 지나치게 각성되고, 일정 수위를 넘으면 몸이 너무나도 많은 정보원을 차단하면서 우리를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뜨리고 만다. 그로스먼은 말했다. "심장박동수가 145를 넘으면 나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해요. 복잡한 운동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합니다. 한 손으로만 무슨 일을 하는 게 매우 어려워지죠. 심장박동수가 175쯤 되면 인식 작용이 완전히 붕괴되기 시작해요. 전뇌가 문을 닫고, 중뇌가 전면에 나서서 전뇌의 자리를 낚아챕니다. 화가 났거나 놀란 사람과 토론을 시도해본 적이 있나요?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당신의 개와 논쟁을 벌이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클래식 음악계는 혁명을 겪어왔다. (중략) 어떤 곳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오디션 중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금하는 규칙을 정했다. 한 사람의 의견이 다른 사람의 견해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 음악가들은 이름이 아니라 순번으로 식별했다. 심사위원과 지원자 사이에는 장막이 드리워졌고, 오디션에 임하는 사람이 목을 가다듬거나 식별 가능한 어떤 소리를 낼 경우에는(예컨대 구두를 신고 카펫이 깔리지 않은 마룻바닥을 밟을 경우에는) 퇴장시킨 후 새로운 번호를 부여했다. 새로운 규칙들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오케스트라가 여성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집을 구경시켜줄 때 서재에 책이 무척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게 기억난다. 돌아보니 많은 책을 보고 놀란 건 참 어리석은 일이었다. 해병대 장군이 영어 교수만큼 많은 책을 갖고 있는게 뭐가 이상한가? 나는 장군이란 임무를 부여받고 일을 '행하는' 사람, 즉 행동하는 사람, 순간을 사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단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밴 라이퍼가 내게 가르쳐준 교훈 중 하나는 어떤 순간에 본능적으로 명철하게 행동할 수 있으려면 길고 엄격한 교육과 훈련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블링크>의 두 번재 교훈이다. 본능적 의사결정의 진정한 본질을 이해하려면 훌륭한 판단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의 덫에 치인 사람들에게 관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챈슬러스빌 전투 이야기에 세 번째 교훈이 있는데, <블링크>가 출간된 이래 나는 줄곧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훈이라고 생각해왔다. 리는 비록 후커가 리의 군대에 대해 아는 게 훨씬 적었지만, 후커보다는 생각이 앞섰다. 후커는 적의 병사가 몇 명인지 정확히 알았다. 적의 진지에 관한 완벽한 공중 정찰 정보를 제공해주는 열기구 2개도 띄워놓고 있었다. 리는 후커보다 아는 게 훨씬 적었는데도 전투에서 이겼다. 그러나 이제 <블링크>를 읽은 당신은 그 문장을 바꾸어 어쩌면 리가 후커보다 아는 게 적었기 때문에 승리한 거라고 말하는게 옳다고 내가 생각하리라는 걸 알 것이다.
"<블링크>가 출간된 이후 내가 거듭해서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언제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하고, 언제 의식적으로 숙고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부분적인 답은 이것이다. 직선적 선택을 할 때는 신중한 분석이 최고다. 분석하고 선택할 문제가 복잡하지기 시작할 때는(서로 다른 많은 변수를 동시에 함께 다루어야 할 때는) 무의식적 사고 과정이 더 나을 수 있다."
☞ 하지만 이는 부분적인 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문제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각각의 경우마다 개별적으로 의식적/무의식적 분석의 올바른 조합을 찾아내고자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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