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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 읽음
나는 너무 무거운 철학적인 주제나,
머리가 복잡해지는 과학적인 주제의 책들을
읽기 벅차다고 생각될 때, 혹은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일 들 때에는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 에세이라는 분야의 책은
대부분 전반적인 느낌 자체가 소박하고
가볍다.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메세지가 다양하다.
딱 그러한 책을 읽고 싶었던 시기에
도서관에서 책장에 꽂힌 책들을 훑어보다가
표지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꺼내보았다.
그렇게 그 자리에 서서 1시간 가량 정신없이
읽었던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주는 책이다.
약 12년 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10년 이상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삶에 담긴 철학과 가치관들이
이해하기 쉽게 녹아있다. 누가 읽어도
쉽게 읽히면서도,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삶의 태도'
들은 소박하면서도 실용적인 태도들이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미덕이라고 여기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으면서도
담백하고 차분하게 적어내려간다.
예를들어, '꼭 명확한 꿈이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그래야만 성공하는가?',
'인간관계에 있어, 물리적인 시간이 관계의
질과 깊이에 영향을 주는가?'와 같은 질문
들을 던지며, 꼭 그렇지 않은 이유를
논리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설명한다.
그 외에도 삶을 살아가며 후회라는 감정이
몰려올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나,
사랑과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삶의 근원적인 고독감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건설적으로 승화하는
방식 등에 대해 서도 현실적이고
건강한 태도들을 제시한다.
1. 책이름
태도에 관하여
2. 저자 소개
임경선 작가는 13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하던 중, 건강 상의 문제로 길게 병원에
입원을 하면서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가,
그렇게 지금은 약 12년 이상 전업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인간관계와
삶의 태도에 대하여 글을 쓴다.
3. 주관적 평점 : 4점
4. 담고싶은 구절과 생각
(출처 :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한겨래출판, 2015.)
일단, 어쨌든 움직여보는 것의 중요함을 통감했다. 게다가 생각하는 것에만 너무 중점을 두다보면 자칫 행동하지 않을, 움직이지 않을 부정적 이유를 만드는데 더 생각이 쓰인다.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애초에 완벽한 선택, 완벽한 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충족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정답같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숱하게 실패한 선택들이 공존했을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 않는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고, 자본도 필요없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가 유일했다. 글쓰기에 대해 제대로 배워본적도 없었지만 그것이 내가 당시 상황을 움직일 수 있는 최선이었고 나는 그 선택을 행동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어언 11년째 지금도 ‘일’로서 글을 쓰고 있다. ‘아, 역시 글쓰기가 천직이었어. 내 인생의 기적같은 대전환이야’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 그것 말고는 해볼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 뿐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든 난 이걸로 됐어’라며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돌이켜보면 왜 과거의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대안의 인생.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 쪽의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이쪽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담지 않으면, 내가 먼저 발을 푹 담그지 않으면, 그 어떤 일이라도 계속 내 주변에서 겉돌기만 한다. 회사가 나를 필요로하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하기 전에 나는 이만큼 일을 하고싶다 할 의욕이 있다는 의지를 먼저 충분히 드러내고, 할 수 있음을 증명하도록 유도하고싶다.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먼저 호감을 보인다고 해도 그것은 전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해서 상대가 그걸로 나를 만만하게 본다면 상대가 가진 마음의 용량이 그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애가 더 타고 마음이 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어, 같은 연애에 항복하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건 인생의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코 스스로를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진짜 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상처받지 않으려고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아팠던 경험으로 상대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거나 철벽을 치거나 나의 문제를 상대방에게 투영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지혜롭고 관용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나이들수록 점점 고집스러워지고 어린아이처럼 이기적이 된다.
자식은 부모라는 껍질을 깨고 나와야 어른이 된다. 성장은 나의 부모가 나처럼 한낱 불완전한 인간임 깨닫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결혼하면 ‘너를 행복하게 해줄게’라는 말은 그 순간에는 진심이겠지만 그 어떤 가까운 사람도 나의 행복을, 나의 인생을, 내가 외롭지 않을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고독은 스스로 떠안고 처리해야 한다.
“네가 하라는대로 할게” 이 말의 행간에 스스로가 가사일에 대한 주인의식이 없음이 드러난다. 주도건, 자발성, 책임 따위의 것들을 갖지 않겠다는 얄미운 선언처럼 들린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협조적’ 비관련자의 입장으로 남고싶다는거?
평등의 모습이 항상 5:5일 필요는 없다. 어떨 때는 1:9, 3:7일 수도 있다, 그가 일로 늦으면 내가 집안일을 하면 되고, 내가 몸이 아파 누워있으면 그가 아리를 챙겨먹이면 되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했다고 손해봤다며 억울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반대의 경우로도 인생의 많은 날들을 채우게 될테니.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다 좋아한다고 하면 당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다. 당신은 모두를 기쁘게 할 수는 없다 ", 파울로 코엘료
인간관계는 저마다의 생로병사 운명이 있어서 절친한 관계였다가 도중에 별다른 일이 없었음에도 자연소멸하거나 서먹해질 수 있다. 이때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애매한 채로 놔둘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왜 자연소멸이 될까? 아마 두 사람은 서로에게 충분히 매료되지 않았거나 그 관계에서 둘 중 누군가는 좋아하는 척 하며 무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관계는 화학작용이다. 이 사람 앞에서는 내 본연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저 사람 앞에서는 자꾸 나답지 않게 어색해지고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
이건 더 이상 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성관계가 두사람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잇는 지점이었다. 성관계를 문제삼을게 아니라, 서로에게 그 외의 다른 매력과 가치가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봐야한다. 성관계가 먼저 관계맺음의 앞쪽에 자리잡아버려서 가로막았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고독이 뼛속 깊이 사무칠 때,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고통의 감정은 내 안의 여러 생각과 감정을 미친 듯이 자극시킨다. 비관적으로 무너져내리기보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글로 표한하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의 원천이 되어준다.
데뷔 초기의 아구타가와상이든 최근의 노벨문학상이든 하루키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들었던 것은 상을 타지 못한 사실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위로였다고 한다. 정작 본인은 상을 타든 타지 않든 ‘정말로’ 전혀 관심이 없는데 상을 타지 못하니까 주위에선 위로를 해대는 것이었다. 화가 났던 것은 상을 못탄 것이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이 ‘정말로’상을 타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아무도 진심으로 믿어주지 않은 점이라고 토로했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자신이 꿈꾸던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은 버려도 좋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으면서 살고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인생은 살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고싶었고 시도나 노력도 해봤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아서 지금은 이 일을 한다. 그리고 이 일에선 내가 좋아하는 요소도 분명히 몇 가지가 있다는 것도 존중받아야 할 삶의 방식이다.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내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한국에서는 관계를 오래 맺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친구는 오래 묵힐수록 좋다는 말이 있지만 오래 묵힐수록 독이되는 관계도 있다. 도중에 분명히 썩어가는데 과감히 잘라내지 못했을 때이다.
오래 알고 지냈다고 해서 그만큼 절친하다고 할 수도 없고, 안지 얼마 되지 않아도 오래 만난 인연만큼 편한 사람이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는 대학 이후부터 많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중고등학교는 밀폐된 공간에서 친구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좁았고 혼자가 될 용기가 없을바에야 그 안에서 서로에게 맞추며 친구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대학 이후부터 주변환경은 넓어지고 내가 가까워질 수 있는 사람들의 반경이 넓어진다. 나는 자유롭게 사람을 선택할 권리, 혹은 멀어질 권리를 가진다. 그럴 때 우리는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많이 억눌려있던 본성을 보다 자유롭게 내보일 수 있고, 그로인해 옛 친구들과는 인생관의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예전에 아무리 절친이었다 해도 같이 있을 때 마음이 편치 않다면 애써 절친이라는 간판을 유지할 이유는 없다. ‘옛날에 친했던 친구’의 포지셔닝으로 충분하다.
현재 내가 놓인 환경에서 마음이 맞는 새 친구가 생기기도 하고, 자연스레 멀어져가는 친구도 있다. 그런 밀물과 썰물 사이에서 어느덧 내 곁을 여전히 자연스레 지키고 있는 그 사람이 지금의 내 사랑스러운 벗이다.
나는 무한정으로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다. 기본적인 현실감각이랄까. 비관을 깔고있지만 그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려는 편이다.
우리는 여분의 인생으로 살고 있다.
저는 살면서 가장 큰 기쁨은 매력적인 사람을 발견하고 그 사람과 교류하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반면, 인간관계에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거나, 상대의 사랑이 식었다고해서 자신을 피해자나 약자취급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이젠 꿈이라는 단어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거, 내가 하면서 불행하지 않고 가끔 충만감이나 순간의 행복을 느끼는거, 저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여하튼 ‘내 꿈이 뭘까? 나는 꿈을 이루어야 하는데’라며 꿈이라는 명제에 사로잡히다보면 오히려 지금 내 앞으로 휙휙 지나가는 이 시간들, 즉 현실을 제대로 살지 못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게 되는거죠. 미래라는 것은 끊임없는 ‘오늘’의 반복일 뿐이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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