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보통의 존재 후속작
[2019.01] 읽음
'보통의 존재'라는 에세이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게 된 이석원 작가의
두 번째 에세이, '언제 들어도 좋은말'은
이석원 작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문체와 어투가 매력적인
책이다. 이석원 작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찌질함과 섬세함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한 그만의 감성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주로 인간관계, 그 중에서도 남녀간의
사랑과 관계라는 화학작용에 대해서
솔직하면서도 섬세하게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책을 읽다보면,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의 아주 일상적인
모습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들을 참 잘 표현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로,
1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술술 읽힌다.
사랑과 연애, 그리고
이별에 대해 가감없이 그가 느끼는
감정들을 써내려간 글을 보다보면,
꽤 공감가는 내용들도 더러 있고
'이 사람 내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한 사람이구나' 싶은 구절들도
있지만, 워낙 쉽게 읽히고 무겁지
않은 책이라서 읽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두고 두고 다시
읽고 싶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책이다.
1. 책 이름
언제 들어도 좋은 말
2. 저자 소개
이석원 작가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현대 문학가이면서 음악가이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전 리더이기도
하면서 '보통의 존재'라는 에세이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가이기도 하다.
학력 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그가 38세가 되던 해에
사랑과 건강을 모두 잃으면서
삶의 의미에 대해 고찰하다가
남은 생을 글을 쓰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작가로서 그의 철학과 가치관은
“오늘날,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장식하는 수많은 책들이 하나같이 당신은
특별하며 소중한 존재라고 말할 때,
누군가 한 명쯤은 ‘당신 평범해요.
하나도 안 특별하다구요. 근데 그게
뭐 어때요?’ 이렇게 말해주는 작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다른 이가 아닌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인터뷰에
모두 담겨있는 것 같다.
3. 주관적 평점 : 3점
4. 기억나는 구절과 생각들
(출처 : 이석원, '언제 들어도 좋은 말', 그책, 2015.)
무수히 많은 순간들이 모여 영원이 된다. 하여 순간은 작지만 빛나는 영원의 조각들. 그 아름다운 조각들을 너와 함께 새기려는게 그리 큰 욕심일까
하지만 만남이란건 원래 어떤식으로든 어긋남을 동반하기 마련. 언제 인연이 내가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 때 찾아온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충동이 복수심인데 그걸 능가하는게 호기심, 궁금증이라고 누가 그랬다.
나는 또 알고 있다. 우린 이제 막 만났으니 당분간 서로의 얼굴은 서로에 의해서 수없이 바뀔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기분과 감정에 의해서. 각자의 삶과 상황과 상태에 의해서.
이처럼, 세상을 보는 눈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완성되어버린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 나의 입은 무거워진다.
인간은 결국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혼자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봤을 때, 책의 가장 위대하고도 현실적인 효용성은 혼자있는 시간을 사람들과 있을 때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더욱 풍요로운 순간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쉽게 말해, 바로 이런 순간에 책을 일거야 한다는 얘기다.
관심과 성의란 부탁을 해서 생기는게 아니니까.
누군가 나로인해 상처받았을 때, 내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과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의 상처에 집중하는 사람 중 나는 어느 쪽일까.
☞ "널 위해서 그랬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라는 식의 말들은 어찌 보면 상대방의 상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말일 수도 있겠다.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이유는 크게 중요치 않아. 다만 난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뿐이야'라고. 하지만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슬프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하고 대화할 때, 함께있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시선을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내게 알려준 너였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생활과 머릿속 생각을 알게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안다.
"니가 지금 연락을 하면 그건 미안하다는 뜻이 아니라 니가 미치겠으니까 연락좀 달라는 것밖에 안돼. 그러니까 넌 아직도 니 생각이 먼저라고 이 답답아"
이래서 사람이 일이 있어야 한다. 뭔가 다른 신경 쓸 일이 있어야 잊는 것도 쉬워지니까.
세상이 공평하다면, 그 돈을 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난 것은 행운이겠으나, 그럼으로써 너의 사유가 좀 더 가치있는 것이 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은 일종의 불행이라 할 수 있겠지.
난 전기를 좋아한다. 정말로 솔직한 전기는 대상의 특별함과 위대함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임을 알려주기에. 대인관계에 서툴고, 성공고 돈에 집착하고, 인물의 이기적이고 야비한 모습까지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런 전기들은 세상에 나만 바보천치거나 속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줬다.
내 생활에 중심을 잡고 온전히 내게 집중하게 되자, 상대에 대한 그리움이나 심적 고통도 덜하게 되었다. 똑같은 이별을 해도 아무 할 일이 없는 사람과 바빠 죽겠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다른 것처럼.
☞ 산책은 풍경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을 진심으로 느끼는 것. 세상에는 나와 풍경, 풍경과 나밖에 없는 듯이